지난 21일 밤, 울산 중구의 동네 수퍼에서 27살 청년이 아무런 이유 없이 여주인을 흉기로 찌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청년은 4년째 홀로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냈고, 그의 방에는 흔한 컴퓨터도 없었습니다. 그는 온종일 TV만 보다가 쓰러져 잠드는 일을 반복하며 살았습니다. 그는 잘 씻지도 않아서 온 몸에 부스럼 자국이 빼곡했고 더벅머리는 얼굴을 완전히 덮을 정도였습니다. 휴대전화는 먹통이었고 내장된 전화번호부엔 엄마와 누나 등 전화번호 3-4개가 전부였습니다. 그와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은 엄마(53)뿐이었는데, 올 5월 말 이후 엄마도 아들을 보지 않고 있습니다. 아들이 엄마를 구타하기 시작하면서 아들이 너무 무서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근엔 그 엄마가 아들이 사는 셋집 현관 앞에 쌀과 먹을 것만 내려놓고 도망치듯 돌아온다고 합니다. 그는 전형적인 '은둔형 외톨이'였던 것입니다.
사회학자들은 현대를 외로움의 시대라고 말합니다. 이는 이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상에서의 '접속'은 활발하게 하는 반면, 오프라인에서의 '접촉'은 점점 회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계와 '접속'이 활발할수록 사람과의 '접촉'은 줄어들게 되는 것이고 그로 인해 사람들의 외로움은 더욱 깊어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외로움은 병명이 있는 다른 어느 질병보다 우리의 심령을 상하게 합니다. 외로움은 사회적인 신분, 경제적인 실력,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엄습합니다. 외로움은 나를 이해해주고,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없을 때, 아무도 자신을 알아주지 않을 때 가지게 되는 어두운 감정입니다. 이런 감정에 사람이 한 번 빠져들게 되면 대부분 의기소침해 지고 삶에 활력을 잃고 회의적으로 되어갑니다.
우리 이민자들에게 외로움의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우리들은 누군가를 절실히 그리워하면서도 마음 놓고 친구를 사귀지 못합니다. 우리들은 이민이라는 특수상황 속에 잡초 같은 생명력을 터득해 갑니다. 생존에 대한 동물적 감각은 이민연수가 더해갈수록 날카로워져 갑니다. 그러다 보니 경험상 우리는 상대방에게 마음을 열어 보이는 것을 어리석은 일로 생각합니다. 상대에게 허점을 보이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두려움, 아픔, 고민을 온전히 나눌 수 있는 친구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실제로는 참 친구가 없이 외롭게 지내는 것입니다.
신학적으로 우리의 외로움은 궁극적 원인은 하나님으로부터 멀리 소외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바꾸어 표현하면, 우리가 하나님께로 돌아가면 우리의 외로움은 사라지고, 우리 안에 영원한 기쁨과 만족이 있게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외로움을 느끼게 될 때, 하나님 앞에 홀로 서서 하나님과 깊이 교제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겪는 외로움의 시간은 가장 영광스러운 시간, 창조적인 시간, 기쁨의 시간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메시야를 작곡한 헨델은 음악에는 천재성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의 음악은 당시 대중성이 없어 그가 자곡한 오페라를 연주할 때는 항상 관객이 없었습니다. 그는 마음을 나눌 친구가 없었을 뿐 아니라, 가벼운 중풍까지 걸려 신체도 부자유했습니다. 어느 날 헨델은 음악가들이 모이는 파티에 갔다가 입장을 거절당하고는 외로움이 북받쳐 가랑비가 내리는 거리를 거닐다가 비에 흠뻑 젖은 채 집은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해 보니, 누군가 메시야란 제목의 성경구절을 남겨놓은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사야 40장의 말씀이었습니다. "너희는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하라. 너희는 정다이 예루살렘에 말하며 그것에게 외쳐 고하라..."(사40:1,2). 헨델은 이 성경구절을 읽어내려 가는 순간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는 "너희는 나의 백성을 위로하여라"는 말씀에 큰 감동을 받고 마음이 뜨거워지면서 외롭고 쓸쓸한 마음이 단번에 사라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 순간 헨델은 이 세상에 오셔서 철저한 외로움가운데 십자가의 고난을 받으신 주님을, 온 인류의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스스로 골고다 언덕에 오르신 주님의 생애를 음악으로 표현하기로 결심하였다는 것입니다. 22일 만에 메시아를 작곡한 헨델은 "내가 메시아를 작곡할 때 하늘의 문은 활짝 열렸고, 나는 하나님과 함께 있었다"고 했습니다.
글쓴이: 이철구 목사, 디트로이트중앙연합감리교회 MI
올린날: 2012년 9월 6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