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어느 분이랑 저희 교회의 색깔에 대해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단체마다 색깔이 있다는 표현을 쓸 때가 있는데, 과연 저희 교회 색깔은 무엇일까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먼저 저희 교회는 빨강색은 안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령의 뜨거움을 연상케 하는 빨간색보다는 성령의 "따듯함"을 느끼게 해 주는 파랑색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요. 또한 성례예복의 고상함과 화려함을 떠오르게 하는 보라색보다는 땀 흘림과 부지런함의 상징이라 볼 수 있는 청바지의 청색이 더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늑한 느낌을 주지만 또한 어린이의 응석을 생각케 하는 노란색보다는 신선하고, 역동적이며 젊은 느낌이 드는 시퍼런색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있고요. 무언가 우울하고 절망적인 회색보다는 소망으로 마음 부풀게 하는 파란색이 더 낫겠다는 것은 당연한 생각인 것 같습니다. 푹 가라앉아 안정성은 있어 보이지만 정체되어 보이는 황토색보다는 생명력을 뿜어내는 늘 푸른색이 물론 더 좋겠구요.
하나 더 한다면 그저 밋밋해 보이는 하얀색보다는 깊이있어 보이고 은은한 고려청자의 푸르른 색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소망으로 파~아랗고, 사랑으로 늘~푸르며, 때론 시~퍼렇게 살아 있는 교회! 이 정도면 괜찮은 색깔인 것 같은데&ellipsis;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색깔하면 무지개 색이 최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열정의 빨간색, 따뜻한 주황색, 해밝은 노랑색, 생명의 초록색, 소망과 젊음의 파란색, 은은한 남색, 화려한 보라색, 각기 다른 색깔들이 함께 모여서 만들어내는 무지개 색이야 말로 교회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하는 모습이 아닐까요? 진정 그와 같이 다양성을 포용하여 아름다운 색을 이룰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많이 성숙해져야 하며,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특별히 단일 민족으로 살아온 저희의 정서상 다른 것을 수용하고 포용한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희 조국이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남아 있는 이유 중에 하나도 다름을 포용하기보다는 다름을 극과 극으로 밀어 붙여 버려야하는 성향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포용하기 위해서는 진정 남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마음으로 경청할 수 있어야 하며, 또한 남의 모습을 기다려 주며, 맑은 마음으로 바라봐 줄 수 있어야 하며, 때론 나의 편안함을 내려놓고 불편한 자리에 앉고 누울 수도 있는 그런 담대함과 수고스럼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내가 먹고 살기에 급급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분들은 감당하기 힘들것 같고, 내가 먹고 사는 일에만 욕심내는 분들에게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신 콩 한조각도 나누고자 하는 미안함을 가진 이들, 혼자 앉아 밥 먹는 사람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천천히 걸을 줄 아는 이들, 안식일에 대해 하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인생길에서 같이 쉬어 갈 줄 아는 이들&ellipsis; 즉 삶을 꼬복히 채우려고 애쓰는 욕심의 부지럼보다는 삶의 여백을 놓아둘 줄 아는 지혜로운 게으름을 아는 이들이 일궈낼 수 있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고 보니 하나님께서도 "게으르게" 6일이나 걸려서 세상을 만드신 것도 그 다양함을 즐기기 위함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어쨌거나 무지개 색깔의 다양성을 갖추기 위해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면, 우선 그때까지는 파~랗고, 푸~르며, 때론 시~퍼런 교회라도 되면 좋을 듯 합니다.
글쓴이: 김태준 목사, 살렘한인연합감리교회 IL
올린날: 2013년 4월 29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