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중심 사상 안에서의 타인종/타문화 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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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동 목사, 사진, 필자 제공.김영동 목사, 사진, 필자 제공.

인종차별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해결 방안을 묻기 전에, 사람들이 어떻게 인종차별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9년 바나 그룹(Barna Group)의 조사에 따르면, 백인,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인들이 인종차별에 대해 서로 다르게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인종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다음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했다: 1) 역사적·사회적 구조의 인종차별, 2) 개인의 편견에 의한 인종차별, 3) 잘 모르겠다.

조사 결과, 백인의 61%는 인종 문제의 원인을 개인의 편견과 차별에서 비롯된 문제로 본 반면, 흑인의 67%는 역사적·구조적 차별을 더 큰 문제로 여겼다. 히스패닉 응답자 중 44%는 개인적 편견을, 49%는 구조적 차별을 주요 문제로 꼽았으며, 아시아인의 59%는 개인적 편견이 더 큰 문제라고 보는 백인과 유사한 경향을 나타냈다.

인종차별은 역사와 사회 구조 안에 깊이 뿌리내려져 있다. 인종은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며, 오늘날 글로벌 사회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인종차별 문제가 드러나지만, 특히 미국에서는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글을 통해 미국에서 인종차별이 어떻게 이해되고 구조화되었으며, 더 나아가 연합감리교회 안에서 인종차별 문제가 타인종 목회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그 연관성을 논의하고자 한다.

1960년대 흑인 인권운동의 성과로 미국에서는 1964년 민권법(Civil Rights Act), 1965년 투표권법(Voting Rights Act), 1968년 공정주택법(Fair Housing Act)이 통과되었다. 이는 법과 정책을 통해 인종차별을 해결하고 한 노력이었다.

로페즈 법학과 교수는 “법이 인종을 만든다.”라고 주장하며, 이미 존재하는 인종차별이 법과 제도를 통해 더 심화하였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흑인이 사는 빈곤층 거주 지역에 대출이나 보험과 같은 금융 서비스를 제한하는 차별 관행’인 레드라이닝(Redlining)과 ‘소수인종 입시 우대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과 같은 법과 제도는 때로 그 의도(intention)와는 다르게 인종 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로페즈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백인 우월주의에 기반한 인종차별이 제도화되면서 수직적인 인종 관계가 형성되었는데, 여기서 말하는 백인 우월주의란 백인을 모든 인종 위에 놓는 인종적 위계(racial hierarchy)를 의미한다. 하지만 로페즈 교수의 이러한 주장은 과거의 미국 사회를 반영할 수는 있으나, 현대의 미국 사회를 그대로 대변하지는 못한다. 오늘날 미국에는 백인을 뛰어넘는 위치에 있는 다양한 인종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발생하는 인종차별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법학자인 모리스는 현재 미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인종차별과 문제가 여전히 백인 중심 사상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에는 표면적이고 시스템적인 백인 우월주의가 인종을 나누었다면(segregation under Jim Crow Laws), 현재는 내면화된 시스템이 백인 중심 사상을 통해 인종 간 분리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segregation mentality by the laws). 다시 말해, 백인들이 항상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기준(Norm)으로 간주하고, 이를 정상화(Normal) 함으로, 다른 인종이 비정상화(Abnormal) 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미국 사회에서 만들어지는 법과 제도, 시민의 정의, 건강과 지혜의 척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식약청(FDA)에서 정의하는 건강 기준은 백인 남성을 중심으로 설정된다. 새로운 약의 효능을 평가할 때, 주로 백인 남성의 내성이나 반응을 살핀다거나 미국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거쳐 가는 미국 대학 지원에 쓰이는 표준화 시험인 SAT(Scholastic Assessment Test)조차도 백인 중심 우생학 이론(Eugenics movement)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많은 대학에서 SAT 폐지를 시도했다가, 다시 도입되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더 나아가 미국 시민이라는 정의와 의미도 백인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1790년 제정된 귀화법(The Naturalization Act of 1790)은 “자유 백인 남성(free white man)”만을 시민으로 인정하고 있어, 당시에 존재하던 흑인과 미 원주민, 그리고 혼혈인을 시민권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1920년대에 있었던 52권의 시민권 절차 소송 중 단 2건(Ozawa vs. United States와 United States vs. Thind)만이 미국 대법원판결까지 올라갔는데, 이 소송의 판결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미국 시민을 ‘백인’으로 간주하고 정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오자와(Ozawa)는 일본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20년 넘게 공부하고 살아온 사람으로 시민권을 신청했다. 오자와(Ozawa)는 일본인의 피부색이 밝고 하얗다는 점을 근거로, 현존하는 귀화법에 따라 시민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본에서 태어난 사람은 코케이션(Caucasian)이 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코케이션(Caucasian)은 18세기 인류학자들이 사용한 개념으로, 유럽계 조상을 가진 집단을 지칭한다. 당시에는 신체적 특징, 특히 밝은 피부색 등을 기준으로 분류하여, 이를 하나의 인종, 즉 백인으로 간주했는데, 이는 대중문화가 과학적 정의가 아닌 사회적 통념을 반영한 것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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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와 소송(Ozawa vs. United States) 판결 3개월 후 미국 대법원에서는 또 다른 어이없는 사건이 일어났다. 미국 대법원이 바가 싱 신드(Bhagat Singh Thind)의 시민권을 박탈한 것이다. 신드는 인도에서 태어난 유럽계 조상을 가진 코케이션(Caucasian)으로 이미 시민권을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 소송 판결에서 미국 법정은 그가 코케이션(Caucasian) 백인이 아니라고 번복했다.

법정 논리는 다음과 같다.

“금발의 스칸디나비아 사람과 갈색 힌두교인 사람이 같은 조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 그러나 보통 사람이라면, 이 두 사람 사이에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러나 미국 법정은 이 “틀림없는 차이점"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이러한 판결은 사회와 문화가 변하듯 인종에 대한 인식 또한 변화한다는 점을 잘 드러낸다. 앞서 말한 사례들은 미국에서 백인이 된다는 의미가 피부색과 같은 외관이나 인류학적 정의와 같은 과학적인 방법으로도 명확히 규정되지 않는 모호한 개념임을 방증한다. 현재 대부분의 학계, 특히 인류학이나 생물학에서는 인종을 생물학적 개념으로 논의할 수 없다고 믿는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인종은 생물학적 개념이 아닌 사회와 문화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미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역사적, 사회적, 제도적 인종차별로부터 연합감리교회는 과연 안전할까? 연합감리교회는 인종차별을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감리교회와 복음주의연합형제교회가 통합하여 연합감리교회가 시작된 1968년부터 인종차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또한 교단 내 법과 제도를 활용하여, 인종 문제와 도전들에 대한 해결책도 모색해 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열린 목회자 파송 순회 제도(Open Itinerancy)와 타인종/타문화 파송 제도(Cross-Racial/Cross-Cultural Appointment)다.

교단이 인종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교단이 탄생한 지 50년 이상 지났고, 1990년대에 이미 타인종 /타문화 파송이 시작되었지만, 2008년이 되어 타인종/타문화 파송이  장정에 포함되었고, 16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제도를 사용하는 것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변형되는 인종에 대한 정의와 시선들을 현재 상황에 맞게 적절히 반영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의 타인종/타문화 파송 제도는 인종과 문화를 다수와 소수라는 이분법적 관점에서 보고 있다. 더군다나 현재의 인종차별 문제 또한 백인과 흑인이라는 이분법적 담론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이런 구조 속에서 타인종/타문화 목회를 섬기는 한인 목회자는 잘 보이지 않거나(invisible), 소외된(erasure) 존재로 여겨진다.

이처럼 연합감리교회의 타인종/타문화 파송 제도의 한계는 이분법적 사고와 더불어 백인 중심 사상에서 비롯된다. 현재 대다수의 한인 목회자가 백인이 다수인 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에서는 다수는 단순히 수적인 의미를 넘어, 중심이자 영향력을 발휘한다. 따라서, 타인종/타문화 파송을 통해 교회를 섬기게 된 한인 목회자들이 경험하는 인종차별 사례들은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인종차별주의가 사회뿐 아니라 교회에서도 수없이 나타난다.  

미국 사회에 나타나는 백인 중심 사상은 연합감리교회 파송 제도 안에서도 다수와 소수라는 현상으로 지속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어떻게 다수와 소수 현상에 백인 중심 사상이 자리 잡았을까? 이상현 박사의 책 『From a liminal place(임계점에서)』의 내용으로 그에 대한 답을 하고, 이번 이야기를 맺으려고 한다.

이 박사는 그가 백인과 단둘이 있을 때는 인종차별을 경험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가 백인 동료와 대화를 나누던 도중, 다른 백인 한 명이 대화에 참여하게 되자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다고 한다. 먼저 이 박사는 이야기를 나누던 백인의 태도와 말투, 그리고 행동이 달라지고 있었음을 감지했으며, 이 경험을 통해 그는 백인 한 명만으로는 백인 중심 사상이 드러나지 않지만, 두 명 이상 또는 다수의 백인이 함께 있을 때, 백인 중심의 사고 방식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알게 모르게 그들의 말과 태도, 그리고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우리 한인 목회자들에게 인종차별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간단하지 않으며, 무시해서도 안 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인종에 대한 정의(definition)와 그 의미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또 인종차별이 어떻게 우리의 삶과 교회 안에 자리 잡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도 깊이 해야 한다. 어느 한 인종이 중심인 교회가 아닌 예수가 중심인 교회를 회복할 때,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실현될 수 있지 않을까? 그날을 소망하고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 목회자의 본분이 아닐지 생각해 본다.

연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김응선(Thomas E. Kim) 목사에게 이메일 [email protected] 또는 전화 615-742-5109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받아 보기를 원하시면, 무료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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