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의대 교수인 조지 베일런트가 쓴 <행복의 조건="">이라는 책은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위한 '행복의 7가지 조건'을 이렇게 말합니다. 교육연수(평생교육), 안정적인 결혼생활, 비흡연(45세 이전 금연), 적당한 음주, 규칙적인 운동, 적당한 체중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고난에 대처하는 자세를 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고난에 잘 대처하기 위해서 저자가 기준으로 삼은 것이 바로 47세 무렵까지 형성되는 인간관계라는 점입니다.
동양에서는 특정한 연령대 별로 삶의 연륜을 표현하는 명칭들이 있는데, 예컨대 40세를 불혹(不惑), 50세는 지천명(知天命) 60세는 이순(耳順), 70세는 고희(古稀), 77세는 희수(喜壽), 88세는 미수(米壽)라 부릅니다. 귀에 익지 않은 말 가운데, 48세를 의미하는 말도 있습니다. 상년(桑年)입니다. 그것은 뽕나무 상(桑)자가 10(十)이 네 개, 8(八)이 하나인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인생의 '최고의 전성기'가 시작되는 것이 바로 이 즈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리의 인생에서 이 시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대변해주는 말들입니다. 아브라함 링컨은 "40세가 지난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우리말 얼굴은 얼과 꼴의 합성어입니다. 다시 말해 보이는 얼굴은 보이지 않는 영혼의 모습과 같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들의 얼굴은 어떠해야 합니까? 당연히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 있어야 합니다. 그리스도가 내 안에 살아계셔서, 우리의 얼굴도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사도바울은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은 얼굴을 갖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것을 이렇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살피십시오. 지혜로운 사람답게 사십시오"라고 말입니다.
바울은 지혜로운 삶은 바로 세월을 아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헬라어 원문에는 이 아낀다는 동사를 "엑사고라조(ἐξαγοράζω)"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엑사고라조는 어부가 물고기를 그물로 건져 올리는 모습을 표현한 말입니다. 곧 세월을 아낀다는 말은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세월을 건져 올리라는 뜻입니다.
영어 성경 번역으로 건져 올리다는 Redeem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죄에서 구원했다는 뜻입니다. 구원은 죄 가운데 빠져 있던 우리를 주님께서 건져 내신 은총의 역사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생명을 갉아 먹는 어리석은 삶을 살아왔더라도 그 구원의 은총으로 죄에서 건져 올리시면,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얻습니다. 거꾸로 아무리 이것 저것 하느라 정신 없이 분주하게 살지라도, 주님의 건져 올리심이 없으면 그 인생은 그저 헛심을 쓰는 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하여 믿음은 세월을 아끼고, 구원의 때를 위해 필요한 지혜를 건져 올리는 모습과 같습니다. 곧 믿음을 가진 자가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그러니 늘 때를 건져 올리기 위해 주님의 은혜를 깨달아 알아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얼굴을 닮은 그리스도인의 모습입니다.
글쓴이: 권혁인 목사, 버클리한인연합감리교회 CA
올린날: 2013년 2월 20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