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유명한 소설가인 최인호씨가 쓴 '상도'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조선 후기의 거상이었던 임상옥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인데 이익을 위해 사는 상인이 아닌 의를 위해 사는 상인의 도를 그린 소설입니다.
소설 내용은 '계영배'라는 작은 술잔의 비밀을 추적하면서 이루어지는 내용입니다. 계영배라는 술잔 안에 쓰여진 글이 있는데, 그 내용은 "계영기원 즉 가득 채움을 경계하라"는 뜻의 글이 있었습니다. 계영배라 불리는 이 잔은 술을 가득 부으면 술이 천천히 다 사라지게 되고 2/3 정도만 부으면 그대로 남아있는 그런 특별한 잔이었습니다. 의를 위해 사는 상인으로서의 삶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이 계영배의 교훈을 지켜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의 잔은 가지면 가질수록, 채우면 채울수록 계영배의 잔이 가득 채워질 때 빠져나가듯 계속 빠져나갑니다. 그래서 더 목마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한 한국의 TV 방송에 하루에 딱 국수 100그릇만 파는 부부가 출연했습니다. 하루 매출은 40만원 정도라고 합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딱 100인분의 육수와 국수를 준비하고 그 날 준비한 국수 100그릇만 팔면 문을 닫습니다. 남자 MC가 국수를 200인분으로 늘려 팔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지 않느냐고 하자, 돈은 벌려고 달려들면 오히려 도망간다며 100그릇의 행복을 말합니다.
이 국숫집 부부는 한 때 부산에서 가장 큰 식당을 운영했답니다. 100억 원의 자산가로 종업원 150명까지 있던 큰 부자였던 겁니다. 하지만 사업에 실패하고 갖고 있는 돈으로 겨우 할 수 있었던 것이 국숫집이었다고 합니다. 큰 식당을 할 때는 하루 매출이 2,700만원 이상 돼야 운영이 됐는데, 하루 2,700만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날은 1년에 겨우 7일 정도랍니다. 그래서 1년에 7일만 웃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국숫집은 40만원 매출만 올리면 되기에 매일 행복하다고 합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타보았을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를 멈추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듯싶습니다. 그래서 적절한 지점에서 멈출 수 있는 절제와 나눔과 포기야말로 이익을 추구하는 장사꾼이 아니라 의를 이루는 장사꾼이라는 내용을 소설에 담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나서 나 또한 목회의 도를 이루기 위해 그 계영배란 잔을 하나 구해 가슴에 품고 다니고 싶은 맘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이미 십자가란 귀한 계영배가 있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랑과 나눔과 포기의 가르침을 피를 묻혀 가르쳐 주고 있는 이 귀한 십자가의 도가 바로 우리의 품에 있어야 할 계영배가 아닐까요?
글쓴이: 주활 목사, 솔즈베리감리교회 MD
올린날: 2013년 1월 4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