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로 부임한 교회의 주일예배에서 첫 성찬식을 집례했습니다. 성찬을 마치고 남은 빵을 가지고 왔는데 빵을 좋아하는 두 딸이 차 안에서 신이 났습니다.
소위 목회자의 자녀들을 PK(pastor's kids)라 하여 어려서부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모를 따라 교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사적인 삶(Private time)에 대한 자유를 침해받고, 또한 목회자 자녀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과 기대에 부응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가엽게 보고 불쌍히 여기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한국에는 그런 PK 들만을 위한 내적치유 수련회도 따로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물론, 실제로 목회자의 자녀로 자라면서 특별히 어려운 상황 속에서 상처받고 어려움을 겪은 PK들도 분명 있겠지만, 저는 왠지 그런 이야기들이 낯설게만 느껴졌습니다. 어릴 때부터 가족 중에서 혼자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저로서는 그저 복에 겨운 사람들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교회에 있는 것이 너무 좋고, 교회 사람들이 너무 좋아 제 소원은 평생 교회에서 사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처음 신학대학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동기이기도 합니다.
목사가 된 지금 제 곁에는 어느새 PK 둘이 있습니다. 성찬식에서 성별되고 거룩하게 된 주님의 몸을 상징하는 빵을 의미도 모르고 연신 좋다고 뜯어 먹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마음에 한없는 감사함이 밀려왔습니다. 지금은 자신들이 무엇을 먹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훗날 언젠가 평생을 걸쳐 먹어왔던 주님의 살과 피가 실은 얼마나 큰 주님의 은혜였는지를 고백하게 될 날이 오기를 기도합니다.
우리 모든 믿는 자들에게도 주님의 은혜를 보고 느끼고 경험하고 먹고 마시는 복중의 복이 또한 주어졌습니다. 때로는 많은 교회사역과 봉사의 일 때문에 자신의 개인생활이 영향 받고 침해 받는다는 생각을 하면서 적당히 교회와 거리를 두려는 성도들도 봅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것이야말로 복에 겨워하는 말처럼 들립니다. 아직 우리가 얼마나 소중하고 영광스러운 일에 동참하고 있는지, 주님의 몸된 교회와 이웃을 섬기는 일을 통해 얼마나 복된 특권을 누리고 있는지를 아직 모르기 때문입니다.저는 우리 아이들을 전형적인 PK로 키우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사적인 권리를 제한하거나 그들의 생각과 원하는 바를 무시하거나 가볍게 여기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주님의 은혜 안에서 자랄 때에 진정한 의미에서 누려지고 지켜지는 참 인간됨과 참 자유의 풍성한 삶을 누리게 될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즉 이와 같이 지금도 은혜로 택하심을 따라 남은 자가 있느니라." 로마서 11:5
글쓴이: 조선형 목사, 시카고예수사랑교회 IL
올린날: 2013년 8월 7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