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걱정을 하면서 제게 괜찮으냐고 묻습니다. 괜찮을 수가 없습니다. 다만 지금은 내가 지켜야 할 자리를 지켜보려는 의지적인 결단을 하며 사는 것입니다. 아주 오래전 아버지 돌아가시고 중학생이던 막내 동생이 팔을 수술해야 했는데, 당시 제가 대학생이던 어린 나이인데도 야구선수가 꿈이었던 막내에게 내 성한 팔을 주고 내가 망가진 팔을 가지고 싶었었습니다. 어린 동생에 대한 형의 마음도 그랬는데 자식을 살릴 수 있다면 자기 생명도 아깝지 않을 마음이 부모의 마음일 것입니다. 제가 의지적인 결단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은 저를 살게 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 때문입니다. 며칠 전 페이스북에 이런 글이 들어왔습니다. "If you're breathing, God has a purpose for you. As long as you have breath, somebody needs what you have. Your gifts, your talent, your love, your smile."(당신이 숨을 쉬고 있다면 하나님이 뜻하시는 목적이 있을 것입니다. 호흡이 남아있다면, 누구인가 당신을 필요로 하고 있을 것입니다. 당신의 재능, 당신의 사랑, 당신의 미소, 당신이 주는 선물입니다.)
감당해야 하는 아픔과 슬픔의 무게를 생각하면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질 것입니다. 먼저 떠나보낸 아이를 생각해서도, 살아있는 자들을 위해서도 그렇게 살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결국에는 더 열심히 사랑하고 더 아름답게 살아야 합니다. 내 인생에서 내가 마음대로 할수 없는 것들은 오직 하나님만 믿고 의지할 뿐입니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최선을 다해 하는 것입니다. 며칠 전에 아내가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이 어디에 있더라?" 묻습니다. 사도 바울이 항상 기뻐하고, 쉬지 말고 기도하고, 범사에 감사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했는데, 당시 그 바울이 처해있는 현실을 보면 제정신으로는 그런 말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는 그 길 밖에 다른 살 길이 없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정말 항상 기뻐하고 쉬지말고 기도하고 범사에 감사하지 않고 다르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있을까요?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아프면 아플수록 하나님의 뜻을 찾는 그 길 뿐입니다.
내 삶에 일어나는 것 가운데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내가 어떤 마음과 믿음으로 살 것인지는 내가 결단하고 사는 것입니다. 물론 내가 결단했다고 꼭 그렇게 살수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설교를 계속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어느 목사님이 전화를 해서 "정말 강하십니다."라고 하더군요. 사실은 제가 마음과 믿음이 강해서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무너지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말씀을 붙잡는 것뿐입니다. 교인들을 위한 설교라기보다 제 자신이 붙잡고 설 수 있는 것이 그것이기 때문입니다.
20여 년 전 시카고에서 목사후보생 안수과정심사를 할 때인데, 어린시절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경험하고 어렵게 살아야했던 사람이 목사가 되겠다고 왔습니다. 심사 이후 후보자를 내보내고 의논을 하는데 심사위원 한 사람이 "그 사람이 그 문제에서 완전히 치유받고 목회를 할 수가 있을까? 그 문제가 치유되지 않았으면 목회하는데 어려울 텐데."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때 당시 많이 존경받던 선배목사님 한 분이 "아니 그럴리가 없죠. 삶의 상처를 완전히 치유받고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나님 은혜를 의지해서 아픔을 품고 살아갈 뿐이죠. 저는 아직도 베트남전쟁 때 포로로 끌려가서 당한 고문의 악몽을 지금도 꿉니다. 사람들은 옛날 일인데 아직도 치유가 되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몰라서 하는 소리들입니다."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습니다. 얼마 전 그분 생각이 났습니다. 베트남 전쟁 당시 특공대 출신으로 아주 강하게만 보이던 그 목사님이 다른 사람의 아픔을 안타까워하며 울던 모습이 오래전 일인데 떠올랐습니다.
괜찮지 않습니다. 저만이 아니라 제 가족에게 있어서 모든 것이 이제는 예전과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절대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살 수 없을 것입니다. 표면에는 큰 변화가 없을지 몰라도 삶의 내면에는 이미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졌습니다. 그러나 이전보다 더욱 분명히 붙잡을 수밖에 없는 것은 하나님 십자가 사랑과 은혜입니다.
앞으로 목회를 하면서 어린아이들과 젊은이들에게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스쳐가고 지나가는 아이들이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에게 맡기신 천하보다 귀한 하나님의 자녀들이라는 외경(畏敬)의 마음을 담아 대하도록 하겠습니다. 남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쉽게 넘기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시간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모든 것들을 더 많이 감사하고 귀하게 여길 것입니다. 내 것이 아닌 것들을 내 것인양 욕심부리거나 교만하지 않으려고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내 호흡이 남아있는 동안 나를 통해 하나님이 이루고자 하시는 일들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쓰임받음을 영광으로 여기고 감사할 것입니다. 호흡을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고, 함께 그 호흡 가운데 살아가는 여러분 때문에 행복합니다.
글쓴이: 김정호 목사, 아틀란타한인교회 GA
올린날: 2013년 1월 14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