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의 많은 관절에 부담을 주지만 그래도 그 애쓴 만큼 노력의 결과를 분명하게 폭발적인 시각으로 돌려주는 스포츠가 "볼링"(Bowling)입니다. 손목의 스냅을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공의 휘는 각도가 엄청납니다. 목뼈와 허리를 뒤틀어서 공에 강력한 스핀을 주면 지렁이처럼 휘어지는 미친 공이 열 개의 볼링 핀을 강타합니다. 장관(壯觀)입니다! 폭탄이 터지듯이 열 개의 핀이 사방으로 튀어나가면서 모두 자빠질 때 웬만한 스트레스는 통째로 날아갑니다. 그 성취감과 포만감 때문에 사람들이 뼈가 뒤틀리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고 무리해서 공을 던지는 것입니다. 열 개의 핀을 멋지게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목표를 잘 정해야 합니다. 제일 먼저 공략해야 하는 핀을 "킹핀"(Kingpin)이라고 부릅니다. 열 개의 핀 중에서 제 오번 핀을 말합니다. 이 킹핀을 잘 때리면 나머지 아홉 개의 핀들은 핀 액션에 의해 자동적으로 쓰러집니다. 볼링에서 이기려면 먼저 이 킹핀을 제압해야 합니다.
볼링의 기원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습니다. 대략 5,000년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는데, 아마도 던지고, 때리고, 쓰러뜨리는 인간의 파괴본능 때문에 생겨난 운동 같습니다. 이 볼링이 놀이문화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은 13세기 수도원에서부터였다고 합니다. 수도사들이 심심풀이로 "사탄"을 상징하는 "케겔"(Kegel)이라는 이름의 병을 세워 놓고 공을 굴려 맞추어 쓰러뜨리며 놀았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한 개의 핀 만 세워 놓고 공을 굴렸으나 나중에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Martin Luther)에 의해 아홉 개의 핀으로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놀이가 세상에 알려질 때는 도박을 위한 수단으로 바뀌게 되었고, 교회는 반대로 이 놀이를 교회법으로 금했습니다. 나중에 이 볼링은 다시 열 개의 핀으로 수정되면서 오늘날의 대중 스포츠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열 개의 핀을 모두 쓰러뜨리려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일 번 핀이 아니라 정 중앙에 숨어 있는 오번 핀을 맞추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사람들은 이 오번 핀을 "킹핀"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킹핀"은 피곤하고 지친 회사원들에게 혼내주고 싶은 "고약한 상사"처럼 보였고, 규칙에 얽매여 있는 학생들에는 무자비한 사감선생님처럼 보였습니다. 적대관계에 놓여 있는 사람들에게는 쓰러뜨리고 싶은 라이벌이 되기도 했고, 의사들에게는 곧 잡힐 것 같으면서도 잡히지 않는 바이러스처럼 보였습니다. 볼링 레인 앞에서 가슴까지 높이 볼을 치켜들고 심호흡을 하며 "킹핀"을 노려봅니다. "이 놈, 너 죽었다!" 악다구니를 부리며 공에 스핀을 넣어 힘차게 굴립니다. 산산조각이 나듯 핀들이 튀어나가는 것을 볼 때 묘한 승리감에 사로잡힙니다. 그래서 볼링은 예나 지금이나 항상 인기가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 속에도 모든 문제의 주범이 되는 킹핀이 있습니다. 어떤 다른 사람이 내 인생의 킹핀이 되기도 하고, 어떤 심각한 문제가 킹핀이 되기도 합니다. 또, 어떤 때는 나 자신의 나쁜 습관이나 언행이 킹핀이 되기도 합니다. 이 킹핀을 바로 찾는 지혜가 있어야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부차적인 문제나 지엽적인 문제들을 붙잡고 늘어져서는 결코 답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킹핀을 잡아야 합니다. 킹핀이 항상 문제의 초점입니다.
글쓴이: 김세환 목사, LA연합감리교회 CA
올린날: 2012년 7월 30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