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면을 보세요

지금의 생각으로는 엄두도 못 낼 일이지만, 오래 전에 어른들은 혼례를 치르기 전까지 상대방의 얼굴을 보지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합니다. 속된 말로 "코빼기도 안보고" 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야만 했습니다. 그렇다고 모두가 다 부부의 금실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랑의 감정을 싹 틔우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요즘처럼 얼굴 생김새며 경제상황, 그리고 건강체크까지 하는 시대적 발상에서 보면 과연 그게 가능한 일이기나 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심지어 보이는 것조차 신뢰할 수 없어서 미리 동거를 해 보고 결혼 여부를 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이 없으면 어떻게든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보아야 안심합니다. 사랑 조차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그것이 보고 싶어하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집착에 그칠지라도 말입니다.

이집트 땅을 떠나 광활한 광야를 정처 없이 떠돌아 다니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도 그와 똑 같은 욕구가 있었습니다. 얼굴을 보아야 주님의 사랑을 확신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갈망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모세는 하나님께 자신들과 함께 하시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 그 영광, 곧 존엄한 모습을 나타내 보여달라고 간구합니다. 그러자 하나님은 너희들이 보고 싶어하는 모든 영광이 너희 앞을 지나가며 당신의 이름을 선포할 것이라고 말씀합니다. 그러나 얼굴만큼은 보여줄 수 없다고 하십니다. 왜냐하면 주의 얼굴을 본 자는 누구나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였습니다. 다시 말해 살아서는 그 얼굴을 온전히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늘나라 잔치에 초대 받아 들어갔을 때, 비로소 그 얼굴을 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부활의 생명이 하늘 나라에 속하는 구원의 길인데, 부활은 죽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니 지금 하나님 얼굴 바라보겠다는 말은 죽겠다는 말과 똑 같은 말입니다.

그래도 정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거든 숨어 있다가 뒷모습이라도 보라고 하십니다. 빛을 직접적으로 보지 못하니 그림자를 통해서 체험해 보라는 것입니다. 결국 이 말씀은 우리가 얼굴을 보든 그 뒷모습을 보든 하나님은 오늘 지금 여기에 우리와 함께하고 계실 것이라는 약속입니다.

이 말을 우리의 일상생활에 적용시켜 보겠습니다. "저는 인생의 참 면모 곧 인생의 진짜 얼굴이 무엇인지 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알고 싶습니다." 이것은 사실 우리 모두의 질문입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하나님의 답변입니다. "여러분, 인생의 참 의미와 가치는 여러분 살아가는 매 순간을 스치듯 지나가고 있습니다. 단지 지나고 나서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깨우칠 뿐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중요한 것은 지금 인생의 참 의미와 가치가 무엇인지 보려고 하는 욕망에서 벗어나, 오늘 여러분에게 주어진 현실을 아름답고 소중하게 가꾸어 가십시오. 주님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 여러분들과 함께 하고 있음을 믿으십시오."

이것이 영광이 담긴 주의 얼굴이 아니라 그 영광이 그림자처럼 비치는 주의 등이라도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가끔씩 저의 부모님을 생각할 때, 얼굴이 아닌 뒷모습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대개 길을 걸을 때 부모님을 뒤에서 따라갈 때가 많았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그 등을 바라볼 때마다 온갖 감정을 느끼곤 합니다. 사랑이라는 글자는 얼굴에만 씌어 있는 것이 아닌 모양입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그렇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얼굴을 보아야만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 은혜와 자비는 앞에서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도 주어집니다. 왜 하필 앞면만 보려고 합니까? 뒷면도 보십시오. 세상의 이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물과 현상의 보이는 부분 만을 가지고 평가하지 마십시오.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서로의 체면을 세우는 일이 능사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림자에 가린 뒷면을 헤아리십시오. 그럴 때 비로소 어디든 가리지 아니하고 매사에 늘 동행하시며 은혜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기쁨과 감사로 돌려드릴 수 있습니다.

글쓴이: 권혁인 목사, 버클리한인연합감리교회 CA
올린날: 2013년 10월 21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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