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 세벤느 산지의 미알레(Mialet)라는 마을 근처에는 좀 특별한 박물관이 하나 있는데, 이 박물관은 절대군주 루이 14세가'하나의 군주, 하나의 법, 하나의 신앙'이라는 정책을 내세우며 102년(1685-1787)동안 기독교인들을 가혹하게 박해할 때 견뎌낸 기독교인들에 대한 역사를 담고 있는 박물관입니다. 그런데 이런 의미 있는 박물관이 조그만 마을, 교통도 불편한 이 세벤느 산지에 세워진 것은, 바로 이 지역이 기독교 박해기간 동안 기독교인들의 저항과 도피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랍니다. 그 박해 기간 동안 성직자들은 잡히면 모든 관절이 으깨지고 사지가 절단되며 마지막에는 참수를 당하거나 화형에 처해졌고, 여자들은 탈출이 불가능한 높은 망대 탑 감옥에 갇혀 수십 년을 추위와 굶주림 속에 살아야 했고, 남자들은 예외 없이 노예선으로 끌려가 배 밑창에서 손목과 발목에 쇠고랑을 찬 채 노를 젓다가 거기서 죽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박물관에 수많은 전시품 중에 유난히 눈길을 끄는 한 점의 전시품이 있는데, 그것은 아마도 파선된 노예선에서 나온 것으로 여겨지는 조그만 한 조각 나무판인데, 거기에는 피골이 상접한 한 사람이 노 젓는 모습이 그려져 있고, 그의 손목과 발목에는 쇠고랑이 채워져 있고, 그 그림과 함께 감동적인 글귀가 하나 새겨져 있다는 것입니다. "주님, 저로 하여금 제 손목의 쇠고랑을 당신과의 혼인반지로 삼게 하시고, 제 발목의 쇠고랑을 당신의 사랑의 사슬로 여기게 하소서." 아마 이 글을 기록한 사람은 그 당시 고되게 노를 젓다가 죽는 것 외에는 달리 기대할 것이 없는 상황 속에 있었을 것이고,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자기 손목에 채워진 쇠고랑과 발목에 채워진 쇠고랑과 거기 연결된 무거운 쇠사슬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 쇠고랑과 쇠사슬은 도저히 끊어버릴 수 없는 절망적인 것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저주의 올가미 같이 보일 수 있을 쇠고랑과 쇠사슬을 '주님과의 혼인반지'요 주님께 자기를 묶어주는 '복된 사랑의 줄'로 보았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짧은 글을 대하면서 우리가 오늘날 너무나 안일하게 신앙생활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우리에게 위대한 신앙의 한 모습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글 같아서 마음이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늘 우리 가운데 오랜 병환으로, 혹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사업의 부진으로, 혹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정문제로 절망과 탄식 가운데 빠진 분들 계십니까?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와 구원은 도무지 나하고는 상관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분들 계십니까? 수백 년 전 노예선에서 이름 없이 죽어간 이 신앙의 선조들의 기도를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주님, 저로 하여금 제 손목의 쇠고랑을 당신과의 혼인반지로 삼게 하시고, 제 발목의 쇠고랑을 당신의 사랑의 사슬로 여기게 하소서."
그렇습니다. 우리에게는 우리를 무한한 사랑의 하나님께로 튼튼히 묶어주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계십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 하나님의 사랑을 십자가에서 증명해 보이셨습니다. 그를 믿는 믿음으로 오늘의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승리하는 여러분들이 되시기 바랍니다.
글쓴이: 구진모 목사, 시온연합감리교회 CA
올린날: 2012년 8월 13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