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주간 워싱턴에서 연합감리교 한인총회 목회자학교가 있었습니다. 처음 애틀랜타에서 모인 이후 세 번째 학기를 맞이했습니다. 전국에서 30명 정도의 목회자들이 선정되어 2년 동안 일 년에 한 주간씩 두 번 모입니다. 현재 교장은 와싱톤한인교회 김영봉 목사이고, 달라스의 이성철 목사 나성의 김웅민 목사 그리고 저까지 네 명이 멘토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영성과 목회를 주제로, 이번 학기는 설교를 주제로 모였습니다. 참여하는 목회자들도 각기 다르지만 멘토들도 모두 주제를 접근하는 시각이 달라 배우는 것이 많았습니다.
이번에 많이 거론된 것이 표적설교와 언어폭력의 문제였습니다. 이것은 설교자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특정 교인을 공격하는 것과 교인들의 인격을 모독하는 폭력적 내용과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설교자에게 교인들을 존중하는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무엇보다 교인들을 생각할 능력이 없는 무지한 존재들이고 설교자 자신은 모든 것을 다알고 있는 것같이 말하는 문제입니다. 신기한 것은 멀쩡한 사람인데 설교만하면 편견적 고집을 믿음의 확신으로 생각하고, 영적권위를 교인들 무시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설교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교인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무리수를 쓰는 문제도 지적되었습니다. 그러니 남의 이야기를 자기 이야기인 양 하고, 사실이 아닌 내용을 과장하는 일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설교자들이 때로는 자기가 경험하지도 못하고 잘 알지도 못하는 내용인데 모든 분야에 다 권위자인 양 착각하는 문제도 지적되었습니다. 저도 조금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아직 세상 얼마 살아보지도 않은 젊은 사람들이 설교를 하면서 모든 세상일을 단정적으로 말할 때는 상당히 불편합니다. 보수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가 하면 자유주의 성향이 있는 사람들의 위험은 설교에서 케리그마가 빠지는 것입니다. 설교에 예수 이야기가 아닌 어설픈 철학이나 시사 이야기로 채우는 문제입니다.
인터넷에서 남의 설교 그대로 베껴하는 뻔뻔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들의 변명은 좋은 음식 사다 먹이는데 뭐가 나쁘냐는 것입니다. 문제는 다른 사람의 설교를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자기 것인 양 하니 거짓말이라는 것입니다. 교인들이 웃으며 좋아한다고 인터넷에서 유모어를 찾아 그것이 중심이 되고 성경은 곁에 붙이기만 하는 한심한 일들도 있습니다.
저는 요즘 교인들 억지로 감동주는 설교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먼저 내가 성경에서 하나님을 만나려고 노력합니다. 감화감동은 성령께서 하실 일이기에 내가 그 역할까지 하려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모든 세상의 문제를 설교의 주제로 삼고 다 해결하려고 하는 헛수고를 내려놓는 훈련을 합니다. 우리 설교자들이 가지는 착각 가운데 하나가 세상 모든 것의 정답을 가져야 한다는 부담입니다. 예수님이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 하나라도 아무리 작아도 그 말씀을 나눌 뿐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설교하는 그대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입니다. 존재(being)와 실천(doing)이 비슷하게 다가가야 하는데, 삶의 내용이 따르지 않는데 교인들에게 이렇게 살라 저렇게 믿어라 큰소리 치는 것에 대해 조금 민망하게 여기는 겸손함이 요구됩니다. 물론 어느 인간도 자기가 철저하게 그렇게 살기 때문에 복음을 설교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은 필요하시면 당나귀를 통해서도 말씀하셨습니다. 요한 웨슬레는 믿음의 확신이 없어 설교를 못하겠다고 하는 목사들에게 믿음의 확신이 있을 때까지 설교하라고 역설적인 말을 했습니다.
'나는 가수다'를 한번도 빠지지 않고 본다는 어느 목사가 말하기를 자기가 보니 잘하는 가수는 가사 하나도 흘려내지 않고 깊이 씹어서 노래를 한다고 합니다. 가수도 그런데 설교자는 더욱 자기 입에서 나오는 말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도 지난 31년 거의 매주 설교를 했습니다. 그런데도 지금도 설교는 어렵기만 합니다. 요즘도 가끔 월요일 아침에 주일인줄 착각하고 깜짝 놀라며 일어날 때가 있습니다. 가끔 설교 도중 설교원고가 바람에 날리는 악몽을 꾸기도 합니다. 설교에 대한 자신감만큼은 아직 늘 부족하고 불안한 마음이 없어지지를 않습니다. 목회자학교는 한 주간 아침부터 밤까지 강행군이었습니다. 설교 선생으로 참여했는데 정말 정신차리고 설교 잘해야겠다는 학생으로 도전을 받는 시간이었습니다.
글쓴이: 김정호 목사, 아틀란타한인교회 GA
올린날: 2012년 9월 17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