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참으로 변덕스럽습니다. 이상기온 탓으로 사계절의 구분이 거의 없어져 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원래 전통적으로 "삼한사온"의 날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보편적으로 삼 일 동안 춥고 사일 동안 따듯한 날씨입니다. 다행인 것은 따듯한 날이 추운 날보다 더 많다는 것입니다. 우리 인생도 가만히 살펴보면, 삼한사온의 날씨와 비슷합니다. 삼일 동안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사일 동안은 기쁘고 감사할 일이 그 뒤를 따릅니다. 항상 추운 인생을 사는 사람도 없고, 반대로 늘 따듯한 인생을 사는 사람도 없습니다.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 들쑥날쑥 하면서 인생이라는 피륙을 함께 짜나갑니다. 인생은 항상 이 두 가지의 털실이 반복적으로 오가면서 엮어내는 운명의 판타지입니다.
지혜로운 인생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낙심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곧 다가올 따듯한 미래를 기대하면서 시련을 이겨냅니다. 좋은 일들이 생겨도 항상 승승장구할 것이라는 착각을 버리고 행여 불어 닥치게 될 추운 겨울을 겸손하게 준비합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은 조금만 시련이 닥쳐와도 불평불만을 쏟아내며 불행을 자신의 운명으로 고착시켜 버립니다. 반대로, 일이 잘 풀리면 이번에는 교만 방자해져서 자신의 미래를 "영원한 봄날"처럼 생각합니다. 한국 옛 속담에 "음지가 양지 되고 양지가 음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생의 삼한사온이 엇갈리며 위치가 뒤바뀌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따듯한 봄날을 맞을 때, 추운 겨울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품어주고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훗날 자신의 추운 겨울을 따듯하게 넘기도록 돕는 "온기"가 될 것입니다.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공부를 하던 여대생이 있었습니다. 참 똑똑하고 예쁜 자매였는데 불행하게도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매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듯한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한국에 있던 가족들이 미국으로 모였습니다. 그 자매가 다시 의식을 찾고 회복되기까지 거의 절망의 "사십오 일"을 저는 그 가족들과 함께 해야 했습니다. 목회가 주는 작은 행복이었습니다. 인생의 모진 겨울이 끝나고 봄날이 찾아 왔을 때, 그들은 감사의 말을 남기고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몇 년 후, 그 분들이 경험했던 그 추위는 가차 없이 제 인생에도 똑같이 찾아왔습니다. 부비동에 생긴 치명적인 종양 때문에 모두 여섯 번의 수술을 받아야 했던 저는 실의에 차서 한국으로 나아가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제가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혹시 한국의 병원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저는 그 가족들의 깊은 사랑과 헌신 때문에 제 인생의 가장 추운 겨울을 잘 이겨 낼 수 있었습니다. 위치가 뒤바뀐 것입니다. 무릇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게 된다"(갈 6:7)는 성경 말씀이 진리라는 것을 몸으로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삼한사온"의 신비를 늘 염두에 두고 인생을 경영하는 사람들은 겨울에도 따듯한 봄날을 살게 될 것입니다.
글쓴이: 김세환 목사, LA연합감리교회 CA
올린날: 2012년 10월 30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