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에 만으로 44번째 생일을 맞았다. 한국에 있는 사촌 동생이 (한국 나이로) "오빠, 꺽어진 90이네!"라고 축하(^^)를 해주었다. 벌써 내가 40대 중반이라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3일 밤 자정이 조금 안되었을 때 같다. 지혜는 이미 잠이 들었고, 찬수도 자러 들어갔다. 그리고 아내도 "이젠 자야겠다"라며 서재에 들어와 이야기 하더니,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 순간 "똑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잘못 들었나?' "똑똑똑똑" 다시 한 번 소리가 들렸다. 순간 움찔했다. '이 시간에...' 찬수도 잠이 깼는지, "아빠, 누가 왔나봐요." 아래로 내려갔다. 현관 앞에 서서 "누구세요"라고 제법 크게 말했는데, "똑똑똑" 소리가 차고로 연결된 문에서 나는 것이었다. 사실 무서움을 거의 타지 않는 나였지만, 차고로 향한 문에서 나는 명확한 "똑똑똑" 소리에 순간적으로 약간 (정말 약간이다) 무서움을 느꼈다.
'올 사람이 없는데...' 난 기쁨이 장난감인 야구 방망이를 손에 쥐려 했다. 그 순간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렸다. "목사님~" 선영이 목소리였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자정을 넘어 내 생일이 된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문을 여니, 이게 웬일인가! 차고에 로체스터에 남은 제일교회 청년들(25명)이 다 온 것 같았다. 문을 여는 순간,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노래가 시작되었고, 박수로 내 생일을 축복해 주었다. 그리곤 청년들이 준비해온 케이크의 불을 껐다.
왕언니 선영이를 필두로, 보스턴에서 막 올라온 연미,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 해원이, 다음날 출근을 해야하는 정혁이와 노엘까지, 정말 로체스터에 남아 있는 청년들이 모두 온 것이다. 놀랐고, 행복했고, 기뻤다. 알고 보니, 아내가 미리 차고 문을 열어 놓아 주었고, 선영이가 모든 아이들을 모아 온 것이었다. 십시일반 1불 2불씩 모아 Dick's Sports Gift Card를 선물로 주었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인 '서른 즈음에'를 의행이가 무반주로 불러 주었다. 참 좋았다. 40을 훌쩍 넘겨서인지, 가사 하나하나가 더 마음에 와 닿았다.
그냥 있을 수 있나! 내가 무슨 용기로 그랬는지... 답가를 불러 주었다. 지난 아내 생일에 불어주었던 이석훈과 소향의 '감사'라는 노래였다. "평생토록 같은 길을 걸어갈 내 사람이 그대라서 감사해 그대여야 하니까..."그때는 아내를 위해 불렀는데, 이번엔 사랑하는 청년들을 위해 불러 주었다. 가사가 좋아 불러준 것인데, 부른 후엔 무척 후회했다. 가요를 워낙 못 부르는 나를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ㅠㅠ) 그래도 청년들 모두 기쁘게 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 후 자기들이 싸가지고 온 과자와 주전부리들을 꺼내놓고 신나게 먹고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내가 치즈 라면(치즈가 없어 우유를 대신 넣음)을 끓여주었고, 선영이가 떡볶이를 만들었다. 그 늦은 밤에 그렇게 잘 먹는 아이들은 처음 봤다. 설거지까지 마친 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청년들이 모두 돌아가고 나니 새벽2시가 넘은 것 같았다.
그때 청년들이 써준 생일 카드를 아내와 함께 주욱 읽어 보았다. 모두 "고맙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이었다. 좋기도 했지만, 많이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리 잘 해준 것도 많지 않은데 말이다. 하나님이 이들을 통해, 더 열심히 하라는 사인을 주시는 것 같았다. "모두들 고맙다. 그리고 사랑한다."
몇 시간 잠을 청한후 일어나, 기쁨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니 아침 8시가 되었다. 아내와 함께 점심도 나가서 먹고 좋은 시간을 보내려 했는데, 기쁨이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아이가 아파서 수업에 전혀 참여를 못하고 양호실에 와 있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stomach flu였다. 배가 아파 계속해서 설사를 했다. 그래서 결국 9시에 조퇴를 하고 말았다. 아이가 아프다 보니, 하루 종일 집에만 있게 되었고, 식구들과의 외식도 못하게 되었다.
그렇게 지나가려는 순간, 이상호 집사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저녁 9시에 Distillery에서 뭉치자는 것이었다. (9시 이후는 half price이다 ^^) 기쁨이를 아이들에게 맡겨 놓고, 아내와 함께 Distilery로 향했다. 이상호 집사 내외와 맹집사 내외 그리고 새로운 멤버로 이형대/경아 성도 내외가 합류했다. 윤준호 집사 내외의 빈 자리가 컸지만, 하나님은 새로운 멤버를 정확히 허락해 주셨다.
청년들 못지않게, 어른들끼리 이렇게 모여 담소를 나누는 것도 참 재미있다. 이야기의 주도는 주로 여자들이 해나갔지만, 이상호 집사님의 애드리브도 상당히 재미있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끄는 탤런트가 있으신 것 같다. 그리고 새로 오신 이형대 성도님도 진지한 표정 속에 뿜어내는 이야기들이 우리 모두를 웃음 짓게 만들었다. 이전 멤버였던 윤준호/장은숙 집사가 함께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에 아쉽기도 했지만, 이별과 만남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가 되는 시간이었다.
정말 기억에 남을 만한 생일이었던 것 같다. 하나님의 일을 함께 해 나갈 청년들과 어른들의 모습을 보여주시면서, 하나님은 "이런 동역자들이 있음을 기억하라"하시는 것 같았다. 이들 이외에도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수많은 청년들과 그리고 어르신들... 제일교회 사역을 10년간 이어오면서 행복했던 이유는 이렇게 한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 모든 분들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올해는 더 힘차게 두 발을 내딛을 것을 다짐해 본다.
글쓴이: 이진국 목사, 로체스터제일교회 NY, [email protected]
올린날: 2013년 1월 7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