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이 라헬을 위하여 칠 년 동안 라반을 섬겼으나 그를 사랑하는 까닭에 칠 년을 며칠 같이 여겼더라 - 창 29:20/개역개정
아내와 연애를 하던 중, 내가 살던 서울에서 아내가 근무하고 있던 대전으로 차량을 운전해 왕복해야 했던 때가 있었다. 복잡한 서울 시내를 벗어나 간혹 차가 밀리는 고속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피곤함이 몰려올 때가 있다. 그럼에도 아내를 만나고 헤어져 돌아오는 여정이 전혀 피곤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있었는데, 바로 만남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기대감이 높으면 피곤감을 이긴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던 경우였다.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장거리 연애'의 대가가 있었다. 바로 야곱이다. 거리적으로 그는 사랑하는 여인과 같은 장소에 있었지만, 시간적으로는 지구 반대편에 떨어져 있는 거리만큼의 '장거리'였다. 왜냐하면, 장인이 내건 결혼 조건이 '딸을 얻기 위해서는 7년 동안 무보수로 혹독한 노동을 감당하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7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그럼에도 야곱은 그 2,555일을 단 몇 날로 느꼈다. 그로 하여금 이렇게 느끼게 했던 원동력은 분명 연인을 향한 사랑의 힘이었고 그녀를 향한 기대감이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혹독한 일상과 반복적인 생활에서 몰려오는 피곤감은 상당했을 것이지만, 오히려 '연인과 함께 할 수 있다'라는 기대감이 더 컸을 것이다.
야곱이 보여준 이 법칙은 신앙생활과 더불어 그밖에 모든 일상생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은 밤을 새가며 주말에 출조를 나간다. 분명 누가 보더라도 피곤한 행위이다. 그러나 좋아하는 낚시를 할 수 있다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물고기를 물 밖으로 꺼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그 피곤함을 잊게 만든다. 등산도 마찬가지다. 산을 오른다는 것을 시간낭비요, 손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등산을 통해 기대감을 맛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이런 종류의 기쁨과 감격이 없는 사람에게 등산에 대해 아무리 설명을 한다고 해도 실은 '우이독경'일 뿐이다. 마라톤은 어떠하며,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집안일이라든지 육아도 마찬가지다.
내게는 아이가 3명 있다. 어른들이 곧잘 하는 이야기가 있다. 한 명과 두 명이 다르고, 두 명과 세 명은 또 다르다는 것이다. 이미 두 아이를 키워봤기에 그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지치고 피곤할 때가 많다. 그래서 아이들을 흔히 '에너자이저'라고 하지 않는가! 부모의 생명력과 에너지를 빼앗아 자신들의 에너지로 충전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 피곤함을 말끔히 씻어주는 것도 역시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로 인해 분명 피곤할 것 같은 부모이지만 그래도 아이를 향한 기대감과 기쁨이 더 큰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다. 바른 신앙을 갖고 산다는 것은 생활적인 면에서 많은 것을 손해 보며 산다. 특히 대한민국은 '사는 것조차도 힘든 나라'라는 것을 이번 한국 방문에서 여러 번 들었다. 안타까운 사실은 교회가 더욱 피곤함을 가중시키는 천덕꾸러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교회는 피곤한 인생으로 하여금 하나님의 터치하심을 경험케 해준다는 것을. 그리고 바른 믿음에 기인해 신앙생활을 하는 분들을 만나 이야기하다보면 그 속에는 피곤함이 아닌 기대감과 기쁨이 묻어난다는 것을.
농촌 선교이든 해외 선교이든, 그리고 눈 앞에 닥친 KOSTA USA 영아 2부 및 유치부 사역과 7월 13일에 있을 가을학기에 입학할 신입생들을 위한 <멘토링 파티="">는 애초에 시작하지 않았다면 피곤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을 감당하는 이들이 기쁨과 감사의 고백을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피곤함보다 기대감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간절히 바라기는 교회가 피곤함을 더하는 그저 그런 공동체가 아니라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기대감을 가져다 주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란다.
글쓴이: 최호남 목사, 어바나예수사랑교회 IL
올린날: 2013년 6월 28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