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 전 같은 교회를 섬기던 집사님께서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에 가족들과 함께 우드베리 커먼스(Woodbury Commons)에 올라가셨습니다. 추수감사절 며칠 전부터 졸라대는 아이들의 성화에 못이겨 저녁을 잘 드신 뒤 가족들과 함께 집을 나서셨죠. 그렇게 떠난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 여행은 '기다림의 연속'이었습니다. 우드베리로 향하는 87번 고속도로는 출구가 나오기 한참 전부터 막히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한 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를 그날 밤은 세 시간을 넘게 '기다려' 겨우 도착했습니다.
막상 도착하니 '많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사람들이 이미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그 긴 줄 끝에 서니 초겨울 새벽 찬바람이 매섭기만 합니다. 그렇게 긴 줄 사이에서 또 '기다렸습니다.' 긴 '기다림' 끝에 쇼핑 지역으로 들어서기는 했지만 가는 곳마다 넘쳐나는 사람들 때문에 제대로 물건을 볼 수가 없습니다. 물건을 사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그렇게 너댓 시간 전투하듯 쇼핑을 한 뒤, 집사님 가족에 손에 든 것이란 넥타이 하나, 여성용 코트 한벌, MP3 플레이어 한개, 그리고 양말 한 켤레가 전부였답니다. 피곤으로 늘어질대로 늘어진 몸을 차에 싣고 뉴저지 집으로 돌아며 집사님 머릿속에 불연듯 이런 생각이 들더랍니다.
"도대체 난 오늘 뭘 기다렸던거야?"
우리는 영원하지 않은 것을 얻기 위해선 마치 영원이라도 소비해버릴 듯 기다리고 정작 영원한 것을 위해선 잠깐도 쓰길 아까워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블랙 프라이데이 상점 앞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을 보면서 분명 저렇게 얻은 것들이 1년, 길게 보아도 5년 내에는 더 이상 쓰고 싶지 않은 것들, 쓰지 못하는 것들이 될텐데&ellipsis; 내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정말 영원한 것인지 영원하지 않은 것인지 다시 한 번 묻게 됩니다.
오늘부터 대강절이 시작됩니다. 대강절은 무엇보다 '기다리는 절기'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오랫동안 메시야를 기다린 것과 그 기다림의 끝, 그리스도께서 메시야로 오신 것, 그리고 그리스도께서 세상의 끝, 승리자로 다시 오실 것을 기억하고 '기다리는' 기간이 바로 이 대강절입니다. 연말 연시 복잡한 생각을 떨쳐버리고 우리의 궁극적인 기다림이 그리스도께 향해 있다는 것을 우리 자신에게 가르치는 절기이죠. 이 복된 대강절, 이런 질문을 물으며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기다리고 계십니까?"
"여러분이 정말로 기다리는 것, 그것은 영원한 것입니까?"
이 대강절 기간, 우리의 기다림이 영원까지 닿기를 기도합니다.
글쓴이: 한명선 목사, 요벨한인연합감리교회 NJ
올린날: 2013년 12월 2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