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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보전(保全)과 생태계 위기 극복이라는 당면 과제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은 먼저 공공적이고 비판적인 자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역사의 종말을 목격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촌의 새로운 역사 시작에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비교 문화적 관점에서 볼 때 이 새로운 역사는 문명의 충돌이 아니라 대화로 시작해야 한다. 각각 다른 인종, 언어, 대지, 종교에 뿌리를 둔 문명 간의 갈등은 특별한 대화를 요구한다.
필자는 이 글에서 서구의 정신과 동아시아 유교의 윤리적이고 영적 차원을 상호 존중하는, 그리고 상호 보완을 하는 대화를 통해 생태계 보전(保全)과 생태계 위기를 지구공동체가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적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유교가 추구하는 인간 번영이라는 개념은 개인의 존엄성에 근거하여 자아, 가족, 공동체, 사회, 국가, 세계, 즉 동심(同心)을 갖고 점점 외연이 확대되어 가는 원(圓)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이기주의와 자기 본위를 극복하는 동시에 개방적이고 창조적으로 변화하는 자아로서 개인의 정체성을 추구해야 한다. 유교가 추구하는 영성은, 참된 인본주의는 인간 중심적이 아니라 인간-우주 중심적(Anthropocosmic)이기 때문이다. 천지인 합일(天地人 合一)은 계몽주의 정신이 갖고 있는 타락한 인간 중심주의 형태인 세속적 인본주의를 초월한다.
웬델 베리(Wendell Berry) (1934-)
미국인으로 유교인이고 기독교인이며 시인인 농부이다. <The Unsettling of America(미국의 붕괴)>라는 감동적이며 예언적인 저서에서 기술을 신봉하는 현대 문명을 강하게 비판했다. 제한 없는 경제 개발과 진보라는 미래 전망을 위해 인간은 자연환경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잘못된 생각이 초래한 광범위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문제들을 다루었다. 특히 베리는 인간을 모든 제약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존재로 여기는 근대 인간관을 비판하면서 인간이 천사와 동물 사이에서 아주 미묘하게 균형을 잡고 존재한다는 전통 기독교의 입장을 상기시킨다. 하지만 인간은 이러한 기독교적 입장에 만족하지 못하고 결국 신의 주권을 탈취하여 세상 만물을 지배하였다.
베리는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주권에 대한 인간의 경험은 주권보다 더 우월한 것들을 무시하고 오로지 그 주권보다 열등한 것으로, 배타적으로 정의할 때 아주 위험해진다. 다시 말하면 주권은 반드시 균형적으로 정의될 때만 정당한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인간이란 동물보다는 높고 천사들보다는 낮은 자리, 즉 자연보다는 높고 신성보다는 낮은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우리는 인간이 사물들의 질서 속에서 위치한다고 인정하고 이해할 때 인간의 특권은 제한되어 있고 어떤 정해진 책임들에 의해서 보호받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인간은 이러한 한계를 위반하여 초래하는 결과가 오직 사악한 것임을 알게 된다. 인간은 교만함 혹은 타락으로 인하여 죄로 물들지 않고서는 결코 인간의 조건이나 상황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Wendell Berry, The Unsettling of America (San Francisco: Sierra Club, 1996), pp. 55-56, 70-71).
웬델 베리는 현대인들이 처한 위기에 대한 해답을 유교의 《대학》(大學)에서 찾아냈다. 즉 자아가 가정, 공동체, 국가, 그리고 더 광범한 세계로 연결된다는 원리에서 출발한다. 특히 농부인 베리의 통찰은 대지/땅을 중시하는 전통 농경문화가 사라진 현대 한국 상황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대지와 대지에 뿌리내린 공동체에 의지한다. 그러므로 유교에서 말하는 자기 수양을 자연적, 유기체적 과정에 근거하여 비유와 상징들로 설명하는 것은 농부 베리에게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인 유교인 웬델 베리는 서구 세계의 새로운 예언자인 한편 이 시대 동아시아 유교 국가들에는 새로운 유교 예언자이다. 베리는 유교의 근본 논리, 즉 가족과 가정이 중심이 되어야 하고 현대인의 가정(단순하게 가정과 가족이 아니라 우리 노력의 기초가 되는 곳인 가정)의 회복에 역점을 두지 않고서는 생태계에 대해서 아무런 희망을 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서구의 담화: 네 가지 생태환경 이론
첫째, 가이아 이론(Gaia hypothesis)은 영국의 대기학자 제임스 러브록(James E. Lovelock)이 제기한 가설이다. 러브록은 대지의 공기, 물, 토양 그리고 생명체(the biota)의 연합적 상호작용이 지구의 온도, 바다의 염분 혹은 알칼리성과 같은 현상을 조절한다고 주장하였다. 러브록은 이 가설이 지구의 체계를 생각함에 있어서 아주 유용한 이론이라 주장하고, 지구 그 자체가 단 하나의 살아 있는 유기체라고 주장하였다. 가이아는 인간과 함께, 혹은 인간 없이도 존속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러브록은 생명의 조건들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어떤 종(種)이 갖는 가치에 대해 관심이 없다.
둘째, 심층생태주의 이론이다. 인간과 다른 자연, 즉 생명과 무생물 사이에 단일성 (Oneness)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심층생태주의자들은 가이아 이론이 주장하는 만큼 단일성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가이아 이론의 입장과 달리 환경 체계는 자연 안에서 하부 존재물들(Sub-entities), 이들의 상호작용이 자연 세계의 역동성을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심층생태주의자들은 각 유기체와 환경 체계는 동등한 가치를 갖기에 누구나/무엇이나 존재하는 그대로 보호받아야 하고 보전(保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대 인간의 행동 방식이 다른 유기체와 환경 체계를 거의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하고, 과도한 인구 팽창이 다른 유기체의 주거 환경을 파괴한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심층생태주의자들은 인간이 불안정한 단계와 지구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셋째, 대지의 윤리이다. 주어진 생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종(種)이 상호 끼치는 공헌의 진가를 인정하고, 모든 종이 갖고 있는 심오한 가치를 중시한다. 종 혹은 환경 체계가 원칙적 평등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이전에 기술한 심층생태주의자들이 당면한 어려운 문제들을 피할 수 있다. 알도 레오폴드(Aldo Leopold)는 환경보호 운동에 헌신했는데 종이 사라져가는 것을 애석해하면서 자연의 모든 양상은 상호 의존한다고 주장했다. (Aldo Leopold, A Sand County Almanac: With Essays on Conservation from Round River [Reprinted] New York: Sierra Club/Ballantine Books, 1970). 대지의 윤리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균형과 조화의 원리를 강조한다. 더욱이 인간이 자신들의 쾌락과 이기적 목적의 개발, 생계유지를 위해 자연을 파괴하기도 하고 돌보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심층생태주의자는 자연을 이와 같이 이용하는 것을 천박하게 본다. 또한 그들은 인간이 자연의 이용자이며 동시에 돌보는 자라는 대지 윤리학자들의 주장을 온정주의적 사고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넷째, 사회생태론이다. 이는 인간의 생태적 근시성을 성별, 인종 그리고 계층과 같은 사회적으로 구성된 범주로 설명한다. 왜곡되고 변형된 범주들은 인간으로 하여금
자연에 관해 잘못된 신조를 갖게 만든다.
사회생태론이 설명하는 다음 세 가지 관점에 주목하자.
먼저 에코 페미니스트의 주장이 있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구성된 가부장적 사회의 본질이 생태계 파괴의 직접적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가부장제는 모든 다른 것을 객관화하는 일련의 신조, 태도, 그리고 행동 습성을 주입하고 강요하며 남성의 만족을 위해 착취한다. 가부장제 사회는 사회 속에서 남성이 여성을 이기적이고 사적인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방식으로 자연을 대한다. 결과적으로 그런 사회에서 활동하는 남성은 여성을 강간하고 착취하는 방식대로 자연을 강간하고 착취한다. 남성이 여성과 자연을 억압하고 착취할 뿐 아니라 남성 자신들을 그 자신들로부터, 그리고 그들이 살고 있는 세계로부터 철저하게 고립시킨다.
다음으로 자연적 특권이라는 것에 근거한 인종우월주의가 있다. 특정 인종(백인)이 가진 천부의 권리로 하등한 존재라고 여기는 사람들을 억압하고 착취하고 차별하면서 우월한 삶을 누린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소유에 대한 자본주의적 견해가 다른 생명체와 비인간 세계를 대하는 태도와 생각을 결정하며, 그것들을 사용하고 폐기할 수 있는 인간의 소유물로 보게 한다는 관점이다. 사회생태론자들은 이 세 가지 입장 중 어느 하나를 갖고 있다면 그것이 어떤 것이든 자연에 대한 일그러진 견해로 인해 다른 생명체와 사물을 철저하게 착취하도록 인도하고 또한 그러한 힘을 갖고 있는 사람을 철저하게 고립시킨다고 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네 가지 생태환경 이론은 비록 강조점은 다르지만, 현대인의 자연에 대한 이해가 지극히 인간 중심적이어서 오직 인간의 이익만을 중시한다는 데 동의한다. 그중 사회생태론자들은 인간의 자연 이해가 편협한 틀 안에서 가부장제, 인종우월주의 또는 계층 편애의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네 가지 생태환경 이론은 인간이 자연에 대해 더 정확하고 분명한 견해를 가질 수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유교의 담화: 왕양명의 생태론
양명학의 창시자이며 심학(心學)의 대성자 왕양명(王陽明, 1472-1529)은 인간 중심주의와는 완전히 다르고 신유교의 감정과 마음공부에 구체화되어 있는 인간-우주 중심적 정신을 강조했다. 또한 만물이 우주 안에서 한 몸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인간은 도덕적 행동을 추구한다고 주장했다. 대학문의 서문은 이렇게 진술한다:
대인은 천지 만물을 한 몸으로 여긴다. 그는 세계를 한 가족으로 그리고 국가를 한 사람으로 여긴다··· 대인이 천지 만물을 한 몸으로 여기는 것은 그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그 마음속의 인간 본성에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결코 대인만 천지 만물과 한 몸을 이루지 않는다. 소인의 마음도 대인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오직 소인 자신이 자신의 마음을 작게 할 뿐이다. 그러므로 그는 우물 속으로 떨어지기 직전에 처한 어린아이를 볼 때 위급함과 동정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그의 인성이 아이와 한 몸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인간과 동류이다. 그는 살육당하기 전의 조수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듣거나 놀란 모습을 볼 때 조수가 당하는 고통을 도저히 견디지 못하는 감정을 갖게 된다. 이것은 그의 인성이 조수와 한 몸이 되었기 때문이다. 조수는 지각이 있다. 인간은 초목이 잘려 나가고 꺾인 것을 볼 때 슬픔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그의 인성이 초목과 한 몸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왕양명의 유교적 영성/지혜는 현대 생태론적 담론의 기초를 제공한다. 유교의 핵심이 되는 인간됨을 배움, 인간의 자기실현 그리고 인간과 만물과의 상호연결성에서 찾는 유교의 영성이 바로 생태론적 뿌리가 된다. 인간-우주 중심적 세계관이 유교 생태론 담론의 시작이고 마지막이다. 만물이 인간의 동반자이고 우주와 한 몸을 이룬다. 인간은 만물의 질서 속에서 독특한 위치에 있다. 바로 이 위상 때문에 생태계를 보전(保全)하고 생태계의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인간만의 책임과 의무가 있다. 장재의 말대로 인간이 온 세계 만물과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첫째, 생태계 보전(保全)과 생태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대안은 서구의 다양한 담화와 동아시아 유교의 대화를 통해 찾을 수 있다. 그 예로 웬델 베리는 서구의 정신세계가 결여하고 있는 점을 유교의 영성에서 찾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둘째, 서구의 생태윤리 네 가지 이론을 소개했다. 네 가지 유형의 이론은 비록 강조점은 다르지만, 현대인들의 자연에 대한 이해가 지나치게 인간 중심적이어서 오직 인간의 이익만 중시한다는 데 동의한다. 셋째, 유교의 대가 왕양명의 생태 영성을 소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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