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의 책 제목처럼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현실의 상황과는 모순되는 말인데요. 현대사회를 흔히 시간과의 전쟁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속도가 곧 삶을 살아가는 중요한 기준이 되어 버린 것이죠. 일등만 기억하는 사회라고 하듯, 누가 먼저 선점하는가는 현실의 성공을 가늠하는 잣대나 다름없습니다. 휴대폰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기업들은 신기술을 누가 먼저 성공적으로 도입하는가를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자녀들의 진학과 취업을 위해 부모들은 누가 먼저 배우는가에 열을 올리며 선행학습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교회도 마치 목이 좋은 상권을 선점하려는 장사치처럼 사람이 잘 몰려드는 지역에 먼저 건물을 짓고 교인수를 늘려 대형교회로 성장하는 것에 목을 메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모두가 경쟁에서의 승리만을 최고 덕목으로 삼은 결과입니다.
우리 한국사회와 교회를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고 언급하는 말이 초고속 성장이라는 단어입니다. 지난30여년간 급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루고, 그와 함께 교회도 대단히 빠른 속도로 성장한 것이 사실입니다.물론 기뻐할 일이고 감사할 일입니다. 하지만 요즈음 이 빠른 변화를 되돌아보며 깊이 성찰하려는 시도들이 보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속도가 우리의 삶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들지는 못했다는 반성이 생기고 있는 증거입니다. 쉼 없는 속도전으로 인해 오히려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빠른 경제성장 만큼 일자리를 떠날 연령도 빨라지는가 하면, 너무 이른 교육 탓에 오히려 학습에 대한 진정성과 깊이는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먹고 살만한 생활은 되었는데, 오히려 만족감은 줄어든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그건 속도나 크기 때문이 아닙니다. 바로 방향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죠. 오늘 현대사회의 문제는 사람들에게 삶의 방향을 오직 “돈”의 획득에만 머물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 삶의 주인이 바로 “맘몬”이 되었다는 겁니다. 삶의 수단이어야 할 돈이 어느새 삶의 목적이 되어버린 현실이 문제의 원인입니다. 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돈을 벌고 돈을 쓰는 것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인생의 속도전이 붙은 것도 다 이 때문이죠. 돈이 없으면 삶의 동기도 사라지고 자존감마저 약해지는 세상입니다. 돈을 가진 자가 득세하고 없으면 비극적인 삶이 되어 버리는 현실입니다. 돈이 없으면 자유도 없습니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케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 우리를 자유케 하는 세상입니다.
오늘 우리가 되찾아야 할 신앙의 모습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그 방향은 맘몬을 향한 것이 아닙니다. 바로 온 세상을 밝히 비추일 빛, 아기 예수께로 향하는 길입니다. 우리 삶의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 되실 그분께로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겁니다. 그래서 진리가 우리를 자유케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겁니다. 그것이 비록 세상과는 모순이 되는 길이라 하더라도 흔들림없는 믿음으로 나아가는 겁니다. 위험한 여행길을 마다않고 오직 그리스도의 빛을 따라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떠났던 동방박사들처럼 오늘 우리도 세상의 속도가 아닌 하나님의 말씀을 삶의 진정한 방향으로 삼아 나아가는 신앙인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글쓴이: 권혁인 목사, 버클리한인연합감리교회, CA
올린날: 2015년 3월 4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