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명문, 하버드와 스탠포드 대학에 동시에 합격한 ‘한인 수학천재 소녀 등장’”
지난 주 한국의 언론에서는 앞다투어 우리 동네 토마스 제퍼슨(TJ) 고등학교의 한인 학생에 대한 보도로 열을 올렸습니다. TV와 신문에서는 이 아이의 사진이 크게 실렸고, 두 대학이 이 천재 학생을 입학시키려고 유례가 없는 교차수업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SAT 만점과 수학경시대회에서 수상한 천재이며, 인터뷰 중에도 페이스북의 CEO인 저커버그의 전화를 받았다는 등 정말 이 시대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을 가진 인물이 등장하여 곧 대한민국의 국위를 선양하여 금방이라도 노벨상을 딸 것 같은 호기스런 보도였습니다. 그러던 언론이 며칠 뒤부터는 이 아이의 말이 모두 거짓말이었다고 보도하면서, 이 아이의 정신이 의심스럽다든지, 한국인 부모의 허영심과 학벌지상주의가 나은 사기극이었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
일주일 안에 일어난 이런 한국언론의 웃지 못할 해프닝은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라는 점에서 못내 안타깝고 찹찹한 마음이 들어 일주일 내내 사회 구성원으로서 비애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가장 기초적인 사실 여부조차도 확인하지 않고 서둘러 허위기사를 올린 언론의 책임과 자성이 부각되어야 할 상황에서 철없는 아이의 허황된 거짓말에 초점을 맞추어서 이 학생의 개인적인 일탈로 몰아가는 언론의 행태에 분노마저 느끼게 됩니다.
이 기회에 우리는 명문대를 나와야 성공할 수 있고, 남이 가지지 못한 것들을 소유해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떠벌리는 자본주의의 천박한 첨병인 일부 언론과 그 언론에 아무런 저항 없이 부화뇌동한 우리들의 한심한 모습을 우리 아이들 앞에서 회개해야 합니다. 특별히 Fairfax County에 위치하고 있는 우리교회로서는 세상이 조장해놓은 성공주의에 물들기가 더 쉽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우리 안에 자리 잡고 있는 거짓된 행복관과 잘못된 성공주의를 깨뜨리는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물론 이번 사건으로 가장 상처 받은 사람은 당사자인 학생일 것입니다. 바라기는 이번 사건이 이 아이의 인생에서 전화위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라도 이 아이의 부모님께 말씀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대학 입학 전 일년이라도 이 아이가 잘하는 공부를 통해 가난한 나라에서 가정 형편이 안돼 공부할 수 없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봉사의 경험을 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입니다. 이를 통해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충분히 세상에서 남을 도울 수 있는 보람되고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들었던 광고 멘트가 갑자기 정겹게 들립니다.
“개구장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글쓴이: 윤국진 목사, 와싱톤한인교회 VA
올린날: 2015년 6월 16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