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의 침상에서 주를 기억하며
새벽에 주의 말씀을 작은 소리로 읊조릴 때에 하오리니
주는 나의 도움이 되셨음이라
내가 주의 날개 그늘에서 즐겁게 부르리이다 (시편 63:6-7)
저는 알래스카 연회의 앵커리지 한인연합감리교회를 10년째 섬기고 있는 금원재 목사입니다.
3년 전, 저는 주치의인 앵커리지 프로비던스 병원의 김광희 박사를 통해 제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심장 초음파 검사는 보험 적용이 안 되어 차일피일 미루다가 2023년 7월에 한국 혜민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곳에서 심장판막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순환기 내과 전문의를 만나보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상황이 여의찮아 다시 알래스카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던 중 퍼시픽-노스웨스트(Pacific Northwest) 연회 허입 과정을 진행하기 위해, 건강검진 증명서를 제출해야 해서, 올해 1월 11일에 다시 김광희 박사를 만났습니다. 하지만 김 박사는 한국에서 받아온 검진 결과를 보더니 심장 전문의를 만나지 않으면, 건강검진 증명서를 발급해 줄 수 없다고 했고, 그렇게 떠밀리다시피 심장 전문의를 만났습니다.
3월 21일에 심장 초음파 검사를 받았는데, 검사가 끝났는데도 간호사들이 저를 집에 못 가게 붙잡았습니다. 담당 의사인 딕슨 박사가 설명하기를, 심장의 대동맥이 시작되는 대동맥뿌리(Aortic Root) 팽창(dilation)으로 인해, 대동맥 판막(Aortic Valve)이 고장 나 피가 역류하어 심장의 왼쪽 부분이 부어 승모판(Mitral Valve)도 찢어져 있는 상태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한 빨리 대동맥 판막은 교체해야 하고, 승모판은 고치거나 교체해야 하며, 팽창된 대동맥 뿌리는 인조 혈관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알래스카에는 현재 개흉술(Thoracotomy)을 할 수 있는 의료팀이 없기 때문에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대학병원(UW Medicine Center)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해주었습니다.
6월 17일로 수술 날짜를 정하고 성도들에게 기도를 부탁했습니다. 4 번의 예배를 영상으로 준비해 의료 휴가 기간에 예배를 드릴 수 있게 준비하고, 시애틀 근교에서 한 달 정도 머물 수 있는 숙소를 찾았습니다. 병원이 시애틀 다운타운 근처라 숙소를 알아보는데, 숙박 비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일단 시애틀 지역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박용규 목사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박 목사님이 타코마 제일 한인연합감리교회에서 최근 게스트룸을 오픈하려고 준비 중이니, 그것을 알아보겠다고 하셨고, 일주일 후, 비용 걱정 없이 교회 게스트룸을 사용하도록 배려해 주셨습니다.
6월 11일(화) 시애틀에 도착해 게스트룸에 짐을 풀고, 수술 전 가족들과 짧은 관광을 한 후, 6월 17일(월)에 심장 개흉술(Thoracotomy) 수술을 받았습니다.
심장 수술이 있던 날, 좋은씨앗교회의 정요셉 목사님이 병원으로 심방을 오셨고, 수술 후에도 중환자실에 찾아와 기도해 주셨습니다.
심장 수술을 받기 위해 전신마취를 하고 블랙아웃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참 후, 제 마음의 방에 불이 켜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얀 방에 9개의 흰색 파이프가 있었고, 거기에 9개의 구멍이 있었는데, 그것들이 하나씩 닫혀갔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하나가 닫히지 않아, 숨이 막혀오는 것을 느꼈고, 이러다 죽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너머로 갈 수 있다는 의식 속에서, “주님, 긍휼히 여기소서!”라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 순간 제가 할 수 있었던 것은 호흡뿐이었기 때문입니다. 들숨을 쉴 때, “주님” 그리고 내쉴 때 “긍휼히 여기소서”라고 마음속으로 기도를 드렸습니다. 평소 교인들과 함께 무명의 러시아 수도사의 호흡 기도를 나누고 실천했었는데, 정말로 제가 호흡밖에 할 수 없을 때도 기도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숨이 막혀오다가 갑자기 마지막 구멍이 닫혔고, 갑작스럽게 숨이 다시 쉬어지는 것을 의식했습니다. 아마도 그 순간이 제가 자가 호흡을 다시 했던 순간이었나 봅니다. 그리고 이내 다시 블랙아웃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저는 위에서 보고 있고, 아래에서 사람인지 천사인지 알 수 없는 이들이 모여서 저를 수술하고 있는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보였습니다. 고요히 흐르던 적막이 깨지고, “thank you!”, “great!” 하면서 서로 감격한 듯 손뼉 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다시 적막이 흐르고 한참 후에 눈을 떴을 때, 아내와 큰아들이 다가와서, “우리가 여기에 있어도 괜찮아? 떠나는 것이 좋아?”라고 물으며 눈으로 대답하라고 했습니다. 그들의 질문에 눈으로만 대답하는 데도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습니다. 그 순간 임상목회훈련(Clinical Pastoral Education)에서 받은 교육이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중환자 심방은 짧게 해야 한다는 가르침이었습니다.
의식이 완전히 돌아온 후,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에게 수술이 끝나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며, 함께 박수치고 환호했느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의사는 수술에 참여한 의료팀이 최선을 다해 진행했기 때문에, 수술 후에는 모두가 지쳐 있었다고 했습니다.
저는 수술 후 의식이 돌아오는 과정에서, 그 위기의 순간, 꿈과 무의식 속에서 경험했던 기도의 신비와 하나님의 손길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저를 기억하고 기도하며 응원하던 이들이 생각났습니다.
중환자실에서 하룻밤을 지킨 아내를 위로하듯, 다음날부터 몸이 점점 빠르게 회복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진통제 투여량을 줄여 갔고, 도움을 받아 몸을 일으켜 의자에 앉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나중에는 홀로 설 수도 있었습니다. 몸속에 꽂아 놓은 여러 선을 하나씩 제거할 때마다 몸이 편안해졌고, 마지막 날 몸에 주렁주렁 달려 있던 모든 선을 제거했을 때는 너무 행복했습니다.
6월 17일(월) 심장 개흉술(Thoracotomy)을 받은 후, 5일 동안 병원에 더 머무르다가, 6월 21일(금)에 퇴원을 하였습니다.
이후 타코마 제일 한인연합감리교회에서 약 2주간 게스트룸에서 요양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습니다. 감사하게 저의 상태가 빠르게 회복해서 진통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었고, 7월 5일(금) 앵커리지에 있는 제 목양지로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되돌아보니, 제가 의료 휴가를 얻어 타코마교회를 만난 것은 저에게 큰 영적 위안이며 축복이었습니다.
이번 수술과 투병 과정에서 저는 타코마교회의 신세를 많이 졌는데, 특히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앵커리지를 떠나 타지인 시애틀 지역에 머무르려면 적지 않은 경제적 부담이 컸을 것입니다. 하지만 타코마교회가 게스트룸을 우리 가족에게 아무런 비용 없이 머무를 수 있도록 허락해 주어 경제적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반 숙소에 머물렀다면 영적으로도 어려움을 겪었을 텐데, 기도원 같기도 하고 수도원 같기도 한 타코마교회 게스트룸에 저와 아내가 머무르면서, 타코마교회의 일과를 함께했고, 거기서 영적으로 새로워지는 축복도 누릴 수 있었습니다.
타코마교회는 365일 새벽기도가 있는 교회로, 매일 새벽 5시 45분에 찬양으로 뜨겁게 시작하고, 40분 이상의 본문 강해와 이해를 돕는 이야기들, 그리고 권면으로 채워진 설교가 있었습니다. 예배를 마친 후에는 새벽 7시 10분에 새벽을 섬기시는 분들 중심으로 준비된 조찬 친교를 나누었습니다. 그래서 직장이 바쁘신 분들도 새벽기도에 참여하여, 준비된 샌드위치와 커피를 드시고 출근합니다.
저는 심장 수술을 받고 퇴원한 후 타코마교회에서 드렸던 첫 새벽 기도 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찬양 담당 목사님이 “나의 등 뒤에서”를 찬양하는데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터졌습니다. 심장 수술로 몸의 엔진이 살아났다면, 찬양 속에서 영의 엔진이 되살아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수술받기 전 제 영적 상태를 반성하게 되었고, 더욱 영적 성장과 영안이 열리길 바라는 간절함이 일었는데, 예수님의 몸 된 교회로서 모든 근원이 연결되었음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통해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 박용규 목사님과 타코마교회의 깊은 돌봄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이 모든 은혜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찬미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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