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은혜 앞에 서서

(편집자 주: 2024년 10월 7일에 열린 한인총회 개회 예배에서 ‘은혜의 첫 자리’를 기억하며, 올해 새롭게 파송 받거나 안수받은 목회자와 새로 파송 부르심을 받은 이들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홍연 목사는 지난 6월 캘리포니아-태평양 연회에서 정회원 안수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하와이 베다니 교회를 섬기고 있는 원홍연 목사입니다. 안수 인터뷰할 때 많이 떨었는데, 오늘도 이 자리에 서니 그때만큼이나 떨립니다.

저는 이번 6월 캘리포니아-퍼시픽 연회에서 정회원 안수를 받았고, 마침 올해가 미국에 온 지 딱 20년 되는 해라 이번 안수는 제게 더욱 특별하고 소중했습니다.

안수를 받으며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니, 이번 한인총회의 주제가 저의 신앙 여정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1998년에 한국 감리교신학대학교에 입학해서 수업을 듣는데, 한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지금 미국에 교회들은 참 많은데, 목사들의 숫자가 많이 줄어서 목사가 많이 필요합니다. 여러분들이 얼른 졸업해 미국 연합감리교회의 목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입학 전부터 미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었기에, 교수님의 그 말씀이 제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1학년 때부터 학교 수업 전, 새벽마다 영어학원에 다니며 유학 준비를 했습니다.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4년을 보내고, 군복무 2년을 마친 뒤, 저는 드디어 LA에 있는 클래어몬트 신학대학원에서 미국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바라고 꿈꾸던 일들이 순조롭게 이루어졌습니다. 토플 시험도 성적도, 클래어몬트로 유학 오는 그 과정에도 아무 문제없이 순탄하게 풀려왔기에, 저는 이루어지는 모든 여정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현실은 너무나 냉혹했습니다. 신학대학원 시절 섬겼던 교회에서 큰 분쟁이 일어났는데, 교인들과 교인들, 그리고 교인들과 목사님 간의 갈등이 그야말로 살벌했습니다.

하필 제가 처음 구역회(Charge Conference)에서 목회후보자(Declare Candidate)로 발표되는 날이 교회 내 갈등이 가장 격렬했던 날이었습니다. 혹시 경비원(Security Guard)을 고용해 구역회를 연적이 있으신가요? 교인들이 갑자기 들고 일어나 앞으로 달려 나오고, 감리사님은 급히 피하시며 경찰에 신고하고, 제 눈앞에서 경비원이 삼단봉을 펼쳐 들고 교인들을 향해 뛰어가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때, 감리사님이 저를 보시더니 이렇게 한마디 하시더라고요.

“Pastor Won, Welcome to Ministry.” (목회의 길에 들어선 것을 축하합니다.”)

그렇게 이민 교회 안에서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연합감리교회에서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제가 상상하고 꿈꿨던 길과는 사뭇 다른 여정이 되었습니다.

신학대학원 졸업이 가까워지면서 많은 분이 경험하셨듯이, 저 역시 영주권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영주권 없이는 안수 과정을 제대로 밟기 어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제가 졸업할 무렵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인해 경제위기가 전 세계와 미국을 덮쳤지만, 학교를 잘 졸업하면, 사역하며 안수 과정을 이어나갈 교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가 못했습니다.

당시 이미 많은 목사님이 섬기던 교회의 재정 문제로 다른 자리를 알아보던 상황이라, 제가 속한 캘리포니아-태평양 연회에서 제가 섬길 수 있는 교회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평소에 잘 알던 목사님이 자신의 교회 부목사로 오면 어떻겠냐며 제안해 주셨습니다. 우선 현재 섬기던 교회를 사임하고, 신약성경을 통독하고 있으면, 임원회를 통해 결정한 후 연락을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 제안은 제게 한 줄기 빛과 같았죠.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신약을 열심히 읽어나갔습니다. 그리고 몇 주 뒤, 목사님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원 목사님, 너무 미안해요, 제 안건이 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어요. 좋은 교회 찾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목사가 부족한 미국에 오면, 목사 안수받고, 영주권도 자연히 해결되며, 모든 일이 잘 풀릴 거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제가 지금까지 믿고 생각했던 저의 인생 공식이 깨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신분 문제는 물론이고, 미국에서 삶을 이어갈 수나 있을지도 막막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막막하던 그때, 하나님께서는 저를 애틀랜타 한인교회로 인도해 주셨고, 그곳에서 영주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영주권을 받고,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오면서, ‘그래, 이제 영주권도 있고, 제대로 목사 안수 과정을 밟아서, 목회 한번 잘 해보자.’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드림교회에서 안수 과정을 이어가던 중, 하나님께서는 교회 개척이라는 새로운 사명을 주셨습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안수 과정 진행이 생각보다 더뎠습니다.

지방안수사역위원회(District Committee on Ordained Ministry) 안수 인터뷰에서 매번 떨어지면서, ‘과연 내가 연합감리교회에서 목사 안수 과정을 계속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다른 교단으로 갈까?’

‘다른 방법으로 안수를 받아볼까?’

‘아니면, 이 길이 아닌 것 같으니 포기할까?’와 같은 고민이 참 많았던 시기였습니다.

그렇게 인터뷰에 떨어질 때마다 제 마음에 하나둘씩 상처가 쌓여갔습니다.

한번은 지방안수사역위원회 인터뷰를 보러 갔는데, 밖에서 저와 함께 순서를 기다리던 한 미국인 후보가 있었습니다. 제가 떨어져 실망한 마음으로 그분과 대화를 나누는데,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이번이 벌써 7번째 도전이에요. 나는 떨어져도 계속 도전할 거예요. 떨어져도 상관없어요. 나는 하나님이 나를 불러주셨음을 확신하기 때문이에요. 포기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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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저는 그 당시 인터뷰에서는 떨어졌지만, 그분의 말씀은 제 마음 한편에 남아 계속해서 위로와 힘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생각을 바꾸고, 계속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고생 또 고생 끝에, 2020년 2월 저는 안수 인터뷰를 통과했습니다. 준회원 목사 인터뷰(Provisional Elder’s interview) 통과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여러분 2020년은 어떤 해였죠?

네, 맞습니다. 코로나로 전 세계가 엄청 고생한 해였습니다. 2월에 준회원 목사 인터뷰를 통과해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했지만, 바로 그다음 달부터는 코로나에 걸릴까 두렵고, 휴지 걱정으로 힘들어 하며, 교회에 모일 수 없는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이 경험하셨듯이. 코로나 기간에 저는 참 많은 은혜를 받았습니다.

예전 교회에서 사역할 때, 영상편집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밤늦게까지, 장례식이나 교회의 여러 영상들을 편집했었는데, 그때 너무 힘들어 홀로 흘렸던 눈물이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큰 능력이 되어 사역에 큰 도움을 받게 되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그렇게 2년이 지나 하와이로 파송 받은 저는 마침내 올해 6월에 정회원(Elder in Full Connection)으로 안수를 받았습니다. 큰 환영과 축하 속에서 안수를 받았지만, 목회의 현실은 여전히 냉혹했습니다.

정회원 안수를 받기 1주일 전, 교인 중 한 분이 교단 총회 소식에 반대하며, 공개적으로 교회를 나가겠다고 저와 다른 교인들에게 통보해 왔고, 본인들만 나가면 되는데, 잘 다니시던 교인들에게까지 전화해서 같이 나가자고 설득하면서 저와 교인들을 괴롭혔습니다.

또 우리 교회에서 열심으로 돕던 노숙자 할머니가 계셨는데, 제가 연회에 참석하는 동안 그분이 머물던 노숙자 쉼터(homeless shelter)에 쫓겨나셨습니다. 안수를 받으러 가는 제 마음이 너무나도 무겁고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안수를 받는 그 순간, 저는 이번 총회의 주제처럼 하나님 앞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은혜 앞에(Surrender to Grace)” 서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 맡기는 믿음으로 목회를 처음부터 다시 하나하나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참으로 놀라운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교회의 재정이 어려웠는데, 2년 전 우리 교회 건물에 핸드폰 셀 타워를 빌리고 돈을 지급하기로 했던 업체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마침내 모든 허가가 나고, 이제부터 돈을 지급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교인분들이 나간 빈자리에는 그동안 참여하지 않았던 분들이 자원해 참여해 주면서, 모두가 열심으로 함께하는 목회로 변화해 갔습니다.

교회에는 생기가 돌기 시작했고, 지금은 교인분들이 얼마나 행복하게 지내시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노숙자 생활로 돌아갔던 할머니는 극적으로 LA에 사는 남동생과 연락이 닿았고, 그분 누나와 함께 사회보장국 사무실에 가고, 건강보험도 확인했고, 동생과 함께 생활할 수 있게 되어, 더 이상 노숙자 생활을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목사 안수라는 긴 여정 가운데, 사실 제가 혼자 힘으로 하려고 할 때마다 하나님께서는 다시 은혜 앞으로 저를 초청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은혜는 저를 새로운 저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김영봉 목사님이 쓰신 『설교자의 일주일』에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Availability is more important that ability.”

“능력이 뛰어난 것보다 자신을 열고 사람들이 자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자신을 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는 뜻입니다.

안수받은 목사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을 하나님의 은혜 앞에 내어놓아, 하나님께서 사용하시도록 순종하고 드리는(Surrender) 그 은혜가 가장 소중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다시 은혜 앞에 나아가기를 원합니다. 하나님의 은혜야말로 저와 여러분을 살리는 가장 소중한 은혜가 될 줄로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연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김응선(Thomas E. Kim) 목사에게 이메일 [email protected]  또는 전화 615-742-5109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받아 보기를 원하시면, 무료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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