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교적 교회가 되어야 할지를 고민해야

(이글은 연합감리교뉴스가연합감리교회 세계선교부와 협력하여 세계 각지에서 섬기고 있는 선교사들의 기도 제목과 소명을 포함해 팬데믹 이후 현지에서 감당하는 사역들을 상세히 소개하는 <선교사를 소개합니다> 시리즈다. 오늘은 먼저 세계선교부 본부 주재선교사인 최재형 목사가 세계선교부의 사역 현황과 선교사 지원 과정에 대해 소개한다.)

장로교회 전도사에서 연합감리교회 선교사로

사진, CGN TV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사진, CGN TV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선교사로서의 제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빈번하게 받는 질문은 “어떻게 장로교회 출신이 연합감리교회의 선교사가 되었나요?”입니다.

목회자 자녀로 자란 저는 제 자신의 신앙을 찾던 중, 1992년 어느 한 부흥 집회에서 제 삶을 변화시킬 만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강단으로부터 밀려온 거대한 파도가 들이치듯 저를 덮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곧이어 주체할 수 없는 회개가 이어졌고, 그날 이후 제게는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교회 일을 하는 것이 기쁘고 즐거웠으며, 신실한 마음으로 기도와 말씀 읽기를 열심히 했습니다. 당시 제 마음에 가장 와닿은 말씀 가운데 하나는 시편 2장 8절이었습니다. “내게 구하라 내가 열방을 유업으로 주리니...”

그러던 중 필리핀 단기선교팀에 합류할 기회가 생겼고,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마닐라에서 일하시던 진기화 선교사님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진 선교사님은 당시 연합감리교회 세계선교부 선교사로 필리핀 해리스 메모리얼 대학에서 음악교수 사역을 하고 계셨는데, 제가 열심히 봉사한다고 생각하셨는지 저에게 필리핀에서 함께 사역하지 않겠느냐고 물으셨고, 그렇게 3년간 그분의 일을 도우면서 선교 사역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 후 한국으로 돌아와 장로회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하는데, 진 선교사님에게 폐암이 발병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필리핀에서 한국을 마지막으로 방문하신 진 선교사님은 저와 아내에게 연합감리교회 세계선교부 선교사 신청서를 건네주셨습니다. 3년간 진 선교사님과 함께 일했지만, 연합감리교회나 세계선교부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저는 그 신청서가 그분의 유언과 같이 느껴져, 신청서를 작성해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연합감리교회와의 인연은 연합감리교회 선교부로부터 받은 선교 훈련 초청을 통해 이어졌고, 에모리 대학에서 훈련을 마친 저는 2000년 말 가족과 함께 필리핀으로 파송되었습니다.

 

필리핀 선교 여정

필리핀에서의 처음 9년은 필리핀 연회의 침체된 청년 사역을 활성화에 중점을 뒀고, 이후 9년은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개신교 신학교인 유니온 신학교에서 섬겼습니다.

필리핀 선교를 돌이켜 보면, 한때는 그저 ‘일(work)’로 여겼던 선교가 하나의 ‘여정(journey)’이었음을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선교를 처음 시작할 때 품었던 ‘그들의 변화’를 위한 열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나의 변화’와 ‘관계의 변화’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첫째는 나의 변화입니다.

정말 많은 필리핀 사람에게 빚을 졌지만, 그 가운데 두 명을 언급하고자 합니다.

한 분은 필리핀 독립교회의 알베르토 라멘토 감독님입니다. 라멘토 감독님은 필리핀 루손섬 중부에 있는 거대한 루이시타 농장의 가난한 소작농들의 권익을 대변하시다 한밤중에 사택을 침입한 괴한들의 칼에 찔려 무참히 살해되었습니다. 경찰과 언론은 핸드폰을 훔치려던 강도의 소행이라 했지만, 그것이 계획된 살인임을 모르는 사람은 그곳에 한 명도 없었습니다.

당시 저는 착취를 일삼으면서도 예배는 열심히 드리던 힘 있는 사람들과 ‘그들이 섬기는 하나님’을 가난한 농부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그들의 고단한 삶은 어떠했는지 그분들에게서 직접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한 분은 나나이(Nanay: 어머니) 고니야입니다. 어느 날 연회 청년부 임원으로 열심히 활동하다 목회를 하게 된 말론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주일 오후에 모 병원에 있는 환자 한 분을 집까지 데려다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병원에 도착해 보니 너무나 야위고 병약한 하비루1 같은 나나이 고니야가 있었습니다.

2시간 가까이 운전해 도착한 그녀의 집은 건물은 보이지 않는 허허벌판이었는데, 사실 그곳은 중·상류층의 주택을 조성하기 위해 도로 작업만 미리 해 둔 곳이었습니다. 부슬비가 내려 차 안에서 한참을 기다렸더니, 멀리 땅끝 지평선에 보일까 말까 하는 숲에서 남자 네 명이 달려오더군요. 그들은 들고 온 대나무 막대기 두 개에 천을 끼우더니, 고니야를 그 위에 누이고 비 오는 진흙탕 너머로 서서히 사라졌습니다.

그날 밤 늦게, 말론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나나이 고니야가 주님의 품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한없이 눈물이 흘러내리면서 주님의 말씀이 마음을 두드렸습니다.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하나님의 나라가 너희 것임이요 (눅 6:20).” 안타까움과 부끄러움 그리고 두려움이 교차하면서, 주님께서 제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고난의 자리에 있는데, 너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            

성취의 선교? 관계의 선교!

둘째는 관계의 변화입니다.

연합감리교회 세계선교부의 선교 신학자인 데이비드 스콧(David Scott) 박사는 “선교에 있어서 관계 형성이란, 다른 목적들을 성취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아닙니다. 관계 형성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Relationship is not merely the best way to accomplish other objectives in mission. It should be our objective in mission).”2라고 말합니다. 즉, 자라온 환경과 문화가 다른 현지인과 선교사가 둘 사이의 차이와 경계를 넘어 복음 안에서 맺는 ‘관계’야말로 선교의 핵심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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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역인 청년 사역을 마치고 필리핀 유니온 신학교에 도착한 첫날, 총장님이 저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간단한 인사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저에게 여러 건축 프로젝트를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당황한 저는 정중하게 총장님께, “제가 후원 모금은 잘하지 못하나 제가 가진 은사로 최선을 다해 섬기겠습니다.”라고 말했고, 그 미팅 이후 저는 ‘쓸모없는’ 선교사가 되어 몇 해 동안 소외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주위에 많은 선교비로 여러 가지 사역을 척척 해내시는 선교사님들과 비교하며, 한없이 초라한 저 자신에 대해 “내가 도대체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고 생각하며, 깊은 상심과 좌절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저에게 크신 은혜를 부어주셨고, 시간이 흐르면서 두 가지 변화가 일어나게 하셨습니다.

하나는 선교사로서 제 마음 깊이 감춰진 교만과 자존심을 회개하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현지인들도 더 이상 예전처럼 무언가를 바라며 저를 대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그들도 그동안 속내를 보이지 않기 위해, 서로를 향해 보호막을 치듯 입고 있었던 무거운 갑옷을 벗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치 갈라진 그릇 사이로 빛이 새어 나오는 것처럼, 서로의 깨어짐을 통해 서로를 있는 그대로 대하게 된 것 같았습니다.

그때부터 그들과의 가볍고 즐거운 동행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저는 선교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억지로 힘주어 하는 것이 아니라, 잘 맺어진 관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바로 주님이 주신 은총의 신비겠지요.

애틀랜타 선교본부 사역

그렇게 필리핀에서 사역하다 2018년 저는 애틀랜타 선교본부의 주재선교사로 파송 받아, 지금까지 애틀랜타 선교본부에서 섬기고 있습니다. 주재선교사의 주된 임무는 현직 및 은퇴 선교사의 목소리와 관점을 제공하며, 선교사들과 선교부 사이에서 선교사들을 대변하는 일인데, 그 외에 선교사 훈련과 선교 교육과 홍보도 겸하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세계선교부 본부에서 주재선교사의 일과 더불어 캔들러 신학교의 주재선교사(Missionary Practitioner in Residence)로서 ‘교회와 세계선교’와 ‘희년으로 기독교 선교 다시 상상하기’라는 과목을 강의했고, 2021년부터는 동남아시아 신학기금(FTESEA: Foundation for Theological Education in South East Asia)에서 연합감리교회 대표이사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FTESEA는 1937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아시아와 태평양의 여러 신학교와 연대하며, 교수를 양성하고, 여성 지도력을 개발하며, 도서관 향상을 위해 출판, 기금, 자문(consultation)을 통해 협력하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추구해야 할 선교의 모습

연합감리교회 구호위원회 및 세계선교부 총무인 롤랜드 페르난데스(Roland Fernandes)는 오늘날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교회는 “시대를 잘 분별해야 한다.”라고 늘 강조합니다. 왜냐하면, 선교란 하나님의 선교이며, 교회는 앞서 행하시는 하나님의 선교에 늘 순종으로 동참하는 부름 앞에 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만일 누군가가 저에게 이 급변하는 시대에 가장 중요한 선교적 과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다음의 두 가지를 들고 싶습니다. 

첫째는 복음을 근원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현재 교회가 가진 문제를 ‘실천의 부재로’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의 이면에는 우리가 믿고 이해하는 복음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하지만 바른 선교 실천과 온전한 복음에 대한 이해는 분리될 수 없으며, 온전한 복음은 모든 사람이 공평하고 정의로운 세상에서 행복하고 책임 있는 삶을 살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이해가 연결되어야 합니다.

고 대천덕 신부님은 “경제 문제를 바로 보지 못하면, 사회 문제를 이해할 수 없고, 사회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면, 신학 문제 역시 공허한 이론이 되기 쉽다.”라고 하셨습니다. 온전한 복음이 가르치는 선교는 누구나 일한 만큼 누리는 공평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회 정의 없이 자선과 개인 영혼 구원만을 전파하는 선교는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바른 복음 이해를 통해, 어떤 선교적 교회가 되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시대입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선교적 교회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선교적 교회가 더 확대되고, 효과적인 섬김의 방법을 통해, 교회의 성장과 확장만을 추구하게 된다면, 바른 복음 이해와는 서로 모순되게 됩니다.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교회란, 과거 모세, 선지자, 예수, 사도들이 그랬듯이, 이 땅에 하나님의 통치를 구현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교인 한 사람을 얻기 위하여 바다와 육지를 두루 다니다가 생기면 너희보다 배나 더 지옥 자식이 되게 하는도다.(마 23:15)”라고 하신 주님의 경고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세상에 가득한 불의는 애써 외면하거나, 심지어 불의한 기득권에 동조하고 옹호하면서, 가진 돈으로 자선의 선교에만 몰두하는 선교를 멈추어야 합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서, 또 연합감리교회에서 파송 받은 한 선교사로서, 귀한 선교의 동역자인 한인연합감리교회 성도님들께 말씀드립니다.

“나와 내 교회의 선교를 넘어 하나님의 선교 안에서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며, 함께 선교적 지평을 넓혀가고, 서로 연합하여 더 큰 일을 이루는 선교적 여정을 이어가기를 소망합니다.”

주) 1. 하비루(Habiru or Apiru)는 고대 자신의 본토를 떠나 유랑하던 이들로 사회적 약자를 가리키는 말.  

2. David Scott, Crossing Boundaries: Sharing God’s Good News through Mission (GBHEM-UMC, 2019), 7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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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들이 흐린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고 있다. 사진, 마이크 두보스, 연합감리교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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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소수인종사역자훈련(EIST) 기금 신청 접수가 시작되었다

고등교육사역부에서는 소수민족인종사역자훈련기금으로 최대 1만 달러까지 지원한다. 신청은 2024년 1월 3일부터 시작되었으며, 접수 마감일은 2025년 3월 31일이다. 한인 교회나 한인 교역자가 사역하는 교회도 이 기금을 신청할 수 있다.
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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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언약 신청 접수 마감일 두 주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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