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The National Council of Churches in Korea, 이하 교회협)는 오는 4월 9일 부활절을 맞아 “2023년 부활절 남·북 공동기도문(남측 초안)”을 발표하고, 전 세계 기독교인들에게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기도에 참여해줄 것을 호소했다.
2023년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3년째이고, 한국전쟁이 유엔군과 조선인민군 그리고 중국인민지원군 사이에 정전협정을 체결한 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에 교회협은 1996년부터 부활절을 위한 남·북 공동기도문을 조선그리스도교련맹(Korean Christian Federation, 이하 조그련)과 함께 발표해왔으며, 2013년 한국 부산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 이하 WCC) 제10차 총회에서 분단된 한국 민족의 평화, 화해, 통일을 위한 전 세계 에큐메니칼 운동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평화에 관한 성명을 채택한 후, WCC는 매년 부활절에 남과 북이 공동으로 작성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기도문을 매년 전 세계 교회에 배포하고 기도를 요청해왔다.
하지만 남·북 대화가 중단되고, 남·북과 북·미 관계가 냉각되면서, 조그련은 2021년 강명철 위원장 명의로 WCC 피터 프루브 국장에게, “지금 시점에 남북공동기도문은 무의미하기에 이를 공표하지 않기로 했다는 우리의 명확한 입장을 알린다.”라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보낸 후 2022년에 이어 올해도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 상황을 반영한 듯, 올해 기도문은 장기화된 남북 갈등을 반영한 듯 개성공단이나 이산가족 상봉에 관한 내용이 빠져 있다.
공동기도문은 “어느 때보다 전쟁의 위기가 고조되어 있다며, 하나님의 평화와 안녕이 한반도에 임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라고 말하며,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정의가 분단의 불의가 가져온 고통 속에 살아가는 한반도에 치유와 화해의 영으로 임하실” 것을 간구했다.
이번 부활절 기도는 특히 “화해의 영으로 한반도에 임하셔서 남북의 적대를 사라지게 하옵소서.”, “일치의 영으로 한반도에 임하셔서 남북의 서로 신뢰가 회복되게 하옵소서.”, “사랑의 영으로 한반도에 임하셔서 남북의 관계 속에 화해와 평화가 임하게 하옵소서.” 등 한반도의 남북한이 화해와 일치 그리고 사랑의 영으로 적대감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하며, 화해와 평화를 간구하자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교회협의 화해통일위원회 위원장인 한기양 목사는 이번 부활절 기도에 대해, “전쟁의 위기가 감도는 한반도에 평화의 순풍이 불길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2023년 부활절 남북(북남)공동기도문을 작성하였다.”라고 말했다.
한 목사는 또 반쪽 기도문이 된 상황도 설명했다.
“교회협은 1996년부터 매년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뻐하며, 공동기도문을 작성하고 조선그리스도교련맹(이하 조그련)과 함께 기도해 왔으나, 최근 몇 년간 아쉽게도 남측의 초안으로만 기도했습니다. 금년에도 교회협이 작성한 남북(북남)공동기도문(초안)을 북측 조그련에 제안하였으나 북측에서 답변이 오지 않아, 남측초안으로 ‘부활절 남북공동기도문(남측초안)’을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교회협은 북측의 조그련과 합의된 기도문은 아니지만, 세계교회협의회(WCC)를 비롯한 온 세계 교회들이 부활절에 공동기도문을 써서 부활절 예배에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2023년 부활절 남북(북남) 공동기도문 남측 초안 전문은 아래와 같다.
2023년 부활절 남북(북남) 공동기도문 (남측초안)
한(조선)반도에 어느 때보다 전쟁의 위기가 고조된 지금, 하나님께서 베푸신 평화와 안녕이 한반도에 임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정의가 분단의 불의가 가져온 고통 속에 살아가는 한반도에 치유와 화해의 영으로 임하셔서, 불의한 세력들에 의해 적대와 반목으로 얽힌 한반도의 갈등의 실타래를 한 올, 한 올 풀어내길 간절히 소원합니다.
하나님,
화해의 영으로 한반도에 임하셔서 남북의 적대를 사라지게 하옵소서.
한반도를 둘러싸고 신 냉전적 세계질서를 구축하고 있는 불의한 제국들의 전쟁연습으로 인해 남북의 정상들이 다짐했던 평화의 약속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남과 북이 연일 서로를 비방하며 적대감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한반도는 각종 첨단 무기들의 전시적 실험장으로 변화되었고,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가 되어버렸습니다.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남북이 나뉘어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지 못한 채 여전히 전쟁준비를 통해 서로를 억제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끝나지 않는 전쟁 70년을 끝내고 약속한 평화를 실현하므로 치유되고 화해된 한반도로 변화시켜 주옵소서.
하나님,
일치의 영으로 한반도에 임하셔서 남북의 서로 신뢰가 회복되게 하옵소서.
약속한 평화가 실현되지 않으면서 상호 불신과 적대감만 쌓였습니다. 공동의 번영과 상생을 말하는 이면에 갈등과 대결을 조장했습니다. 하나님의 평화, 화해, 그리고 일치를 입으로만 고백하고 몸으로 살아내지 못함을 회개합니다. 남북이 서로 신뢰의 길을 걸으므로 한반도가 화평의 통로로, 세계평화의 교두보로 역사하게 하옵소서. 남북의 정상들과 한반도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화해와 일치의 영으로 다시금 신뢰를 회복하고 하나 되게 하옵소서,
하나님,
사랑의 영으로 한반도에 임하셔서 남북의 관계 속에 화해와 평화가 임하게 하옵소서.
비무장지대를 사이에 두고 강대강 벼랑 끝 전술로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에 하나님의 평화를 선포하옵소서. 남과 북의 사람들, 특별히 하나님의 교회에 화해의 영을 부어주셔서 미움과 분열의 자리에 사랑과 일치의 마음이 싹트고 열매 맺게 하옵소서. 불신과 대립의 입술에 상호존중과 서로를 이해하는 대화의 입술을 허락해주옵소서. 폭력과 파괴의 전장이 상생과 생명의 터전이 되게 하옵소서.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이라는 쉼표를 영구한 평화의 선포라는 마침표로 변화시켜 주옵소서. 어느 때보다 차가워진 마음의 자리에서 서슬푸른 전쟁의 위기를 경험하는 오늘 우리에게 다시 한번 화해 통일의 염원을 갖게 하시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남과 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끌어 주옵소서. 평화의 왕으로 분단된 한반도에 오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2023년 4월 9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조선그리스도교련맹(KCF)
2023년 부활절 남·북(북·남) 공동기도문 남측 초안
2023 Easter Prayer for Peace and Reunification on the Korean Peninsu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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