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상용화 소식에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었다. 하지만 이 감염병 대유행의 위협은 여전히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다. 바이러스가 완전히 퇴치되지 않는 한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존재하는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연합감리교뉴스는 ‘코로나바이러스와 더불어 살아야 하는 시대의 기독교 시리즈’를 매주 연재한다. 오늘은 이 시리즈의 마지막인 아홉 번째 이창민 목사의 글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이 글은 그중 두 번째로 ‘위드 코로나 시대’의 사역과 목회에 관한 글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With-Coronavirus Era)’의 목회
많은 사람이 코로나바이러스가 문제라고 하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교회가 마주하게 될 문제들이 코로나에 가려져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주일 성수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교인 수와 재정이 감소하며, 교인의 헌신도 약화와 더불어 젊은 세대가 교회를 떠나면서 사역이 위축되고, 온라인 시스템과 콘텐츠 개발이 요구되는 시대를 헤쳐나가는 동시에 교회를 지켜야 할 책임이 이 시대를 사는 목회자와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코로나바이러스 팬더믹이 많은 어려움을 몰고 온 것은 두말할 나위 없는 사실이지만, 진짜 어려움은 코로나바이러스 팬더믹이 끝난 다음, 우리가 살아야 할 세상입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의 온라인 목회
코로나바이러스 팬더믹이 끝나더라도 온라인 목회는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될 것입니다. 물론, 시스템과 인력이 뒷받침되는 큰 교회가 온라인 목회에 더 유리할 수 있겠지만, 작은 교회도 얼마든지 도전해 볼 수 있는 영역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오래전에는 자동차 운전이 운전 기술을 가진 몇몇 사람만 할 수 있는 특별한 영역이었지만, 세상이 바뀌면서 운전은 일상이 되었고, 컴퓨터나 타자도 전문 기술을 익힌 사람만이 하던 특별한 분야였지만, 지금은 누구나 컴퓨터를 사용하고 타자를 칩니다.
즉, 온라인 예배를 비롯한 각종 온라인 콘텐츠를 개발하고 제작하는 일도 조만간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전문 분야가 아닌, 누구나 해야 하는 일상이 될 것이며, 교회의 콘텐츠 생산자라고 할 수 있는 목회자는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전달하는 전문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영상 편집과 제작을 유튜브 이외의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해 교회가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훈련도 해야 합니다.
온라인 예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목사의 설교도 영상을 통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설교 전체를 매끄럽게 이끌어 갈 단단한 논리가 표준말 사용 및 정확한 발음과 함께 자리잡혀 있어야 합니다. 거기에 잡음이 들어가지 않은 깨끗한 소리와 조금만 지루해도 채널을 돌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한 자막이나 사진 또는 비디오 같은 미디어의 활용도 필요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더믹이 끝나면 교회는 젊은 세대의 이탈과 헌신적인 교인들의 노령화 및 소속감 약화로 인해 공동체성의 약화를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공동체성의 약화는 교인수와 재정 감소는 물론, 교인들의 사기 저하와 교회 내부의 영적 침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가장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은 구심점이 될 평신도 리더십의 확보입니다.
한인 교회의 집사, 권사, 장로 제도는 교회의 중심 리더십을 훈련하고 확보하는 제도로 활용될 수 있으며, 교회의 형편에 따라 임원이나 속회 등 소그룹 지도자들을 훈련하여 리더의 역할을 감당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키(key) 리더십의 확보는 공동체성을 강화하고, 소속감을 끌어 올리며, 위기를 극복하고, 교회의 사기를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공동체성을 확보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소그룹입니다.
기존의 소그룹이 조직을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면, ‘위드 코로나 시대’의 소그룹은 영혼과 삶을 돌보는 소그룹이 되어야 합니다. 조직 관리를 위한 소그룹 활동의 이상적인 인원이 8-12명 정도였다면, 영혼과 삶을 돌보는 소그룹은 3-4명이면 적당하며, 헌신적인 그리스도인 한 사람이 2-3명을 돌보는 구조도 좋을 것입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의 영성
코로나바이러스 팬더믹 시대를 지나면서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영적으로 갈급해지고 있습니다. 사업과 직장에서의 문제 그리고 재정적 어려움은 사람들로 하여금 의지할 곳을 찾게 만들고,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답답하고 어수선한 학교생활을 하는 아이들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 간의 만남이 제한된 사람들은 소통의 창구가 없어 힘들어합니다. 따라서 지금 같은 시기야말로, 교회가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샘물처럼, 메마른 시대에 힘들어하는 갈급한 이들의 영혼을 적시는 역할을 해야 할 때입니다.
또한, 교회의 영성을 책임질 목회자의 깊은 영성 또한 더 많이 요구될 것입니다. 목회자의 깊은 영성은 앞으로 생겨날 수 있는 제2, 3의 코로나바이러스가 가져올 위기를 이기는 힘이 될 것이며, 교회는 성도들이 절박함과 간절함 가운데 하나님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기도회나 제자 훈련 또는 성경 읽기나 성경 공부를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상관없이, 사람들의 절박함을 품어줄 수 있는 영적인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할 것입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의 효과적 사역
‘LA연합감리교회’는 코로나로 인해 교회의 대면모임이 중단된 작년 3월 22일부터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화상 예배를 드리기 전, 교인들의 연령 분포와 컴퓨터 사용 능력을 파악하여 실시간 중계보다는 유튜브에 녹화 영상을 올리고, 속장들을 통해 링크를 전달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또한 교인들의 공동체성 강화를 위해 부활주일 직후(4월 13일)부터는 매일 ‘전교인 정오 기도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담임목사가 직접 쓴 묵상 글과 기도문을 나누고, 기도 제목 3-4가지를 두고 계속해서 함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주일을 제외하고 매일 묵상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진 않지만, 목회자인 나 자신의 영성이 개발됨은 물론, 목회자의 삶을 교인들과 진솔하게 나누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속장들이 기도회 내용을 속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매일 연락하게 되어 소그룹이 강화되고 공동체성을 확보하는 긍정적인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교인들 가운데는 그 내용을 친지나 이웃에게 나누며 선교와 전도의 도구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어, 어려운 시기에 복음의 길을 넓히는 좋은 방법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1일부터 21일까지 21일간 ‘다니엘 기도회’를 ‘줌(Zoom)’을 통해 진행했습니다. 매일 저녁 강사 목사님의 설교 말씀을 듣고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화상으로 모였기 때문에 멀리 계신 목사님도 큰 부담 없이 강사로 모실 수 있었습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의 공동체성 강화
캘리포니아는 물론 콜로라도와 네바다, 오레곤과 와싱톤 그리고 하와이와 알래스카에서 사역하시는 19분의 목사님이 전해주셨던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해 작은 교회를 성실히 섬기시는 목사님들의 간증과 설교는 우리 교인들의 영성을 깊어지게 했으며, 강사 목사님 역시 그분들이 섬기시는 교회를 위해 뜨겁게 통성으로 기도하는 교인들로 인해 큰 격려를 받았다고 하셨습니다. 이 기도회를 통해 모두가 위로받고, 함께 위기를 헤쳐나가는 공교회성을 회복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어려운 시기이지만 교인들의 여전히 다양한 삶은 계속됩니다. 사업을 시작하기도 하고, 닫기도 하며,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기도 하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세례나 입교식이 예배 중 하나의 순서였다면, 요즘엔 주중에 따로 야외에서 적은 숫자로 모여 가족들과 함께 축하하는 특별한 예배로 드리고 있습니다. 줌을 통한 입교식을 포함해 온 교우들과 함께 영상을 나누며 축하하는 시간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신학교와 선교지에 장학금을 보내고, 교회 내 장학 사업과 도움이 필요한 교인들의 가정을 살폈으며, 남가주에 계신 감리교 원로 목사님들과 연로하신 이웃분들에게 생필품을 전달하고, 이웃 교회들을 격려하며, 세상과 연결된 교회이자 교인들의 삶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교회가 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고민해야 할 사역의 본질
코로나로 인해 대면예배와 모임이 금지되자 교회 건물이 왜 이 자리에 서 있어야 하는가 고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팬더믹이 끝나고 일상이 회복된다면야 예전처럼 예배와 교육 그리고 친교를 위해 교회 건물이 활용되겠지만, 온라인 예배가 지속되고, 교회 내 모임이 축소될 때를 대비해 지역사회를 위한 교회 건물 사용 방안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건물이나 프로그램 중심이 아닌, 본질에 집중하는 목회를 해야 합니다. 본질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해야 하는 일로, 교회가 있는 한 포기할 수 없는 사역을 말합니다. 목회자와 성도들의 신학과 철학이 담겨 있어 아무리 큰 비용이 든다고 할지라도 꼭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본질적인 사역은 교회의 전통을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젊은 세대의 이탈을 막고, 교회학교를 살리는 일에 목회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의례적으로 해 오던 사역을 과감히 포기하고, 의미와 가치가 있는 사역을 만들고 실행해야 합니다. 다만,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교회는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반드시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늪에 빠졌을 때
이 글을 열면서 세상이 코로나바이러스라는 큰 늪에 빠졌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코로나 이전에도 교회는 늘 늪에 빠져 있었습니다.
몇 년 전, 한 목회자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그 자리에 참석한 목사님마다 모두 늪에 빠진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작은 교회라는 현실이, 이민자가 줄고 교민들이 빠져나가는 형편이, 연합감리교회에서 목사가 되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험난한 안수 과정이, 우리의 삶을 가도가도 빠져나올 수 없는 ‘늪’과 같다고 느끼게 했습니다. 저 역시 한인이 많지 않은 곳에서 고군분투하며 허우적대며, 더욱더 깊은 늪에 빠져들어감을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오랜 갈등으로 교단 분열을 앞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연합감리교회의 현실 또한 늪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그날 세미나의 강사 목사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늪에 빠졌다고 해서 우리가 길을 가던 사람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절망의 늪과 희망의 늪은 같은 곳입니다. 그 늪에 빠진 사람에게 진리의 길이라는 목표가 있으면 그곳은 ‘희망의 늪’이 될 것이고, 목표를 상실하는 순간 '절망의 늪’이 될 뿐입니다. 우리가 이 사실만 잊지 않고 기억한다면, 우리의 현실이 어떻든지 간에 우리는 목회자나 성도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호승 시인의 ‘늪’이라는 제목의 시가 있습니다. 시인은 이 시의 시작 부분엔 절망의 늪에서 벗어나는 비결을 알려 줍니다. 그것은 바로 '지금부터 절망의 늪에 빠졌다고 말하지 않겠다’라고 선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계속 노래합니다.
남은 시간이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희망의 늪에 빠졌다고 말하겠다
절망에는 늪이 없다
늪에는 절망이 없다
만일 절망에 늪이 있다면
희망에도 늪이 있다
희망의 늪에는
사랑해야 할 사람들이 가득 빠져 있다.
시인의 표현처럼 절망에는 늪이 없습니다. 또한 우리가 허우적대는 코로나라는 커다란 늪도 우리가 주님의 길을 가던 사람임을 일깨워주는 희망의 늪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늪 안에 우리가 사랑해야 할 사람들이 가득 빠져 있음을 기억하고, 교회와 목회의 본질을 찾기 위해 노력할 때,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절망의 늪을 희망의 늪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시리즈 보기
성서로 본 코로나 시대의 교회: 생명 생태계, 하나님 나라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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