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소심하고 비겁한 나의 소수의견

편집자의 말: 이 기고문은 지난 특별총회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생각을 나누는 특별총회 시리즈 3편으로, 이번 주는 권혁인 목사의 2019 특별총회 결과와 성소수자 사역 등에 관한 생각을 나눈다. 

특별총회가 끝난 뒤에도 내 눈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 광경이 하나 있다.

그것은 마지막 날 총회의 결정이 발표된 이후, 총회 대의원들이 두 패로 나뉘어 서로 각기 다른 찬양을 부르던 모습이다.

물론 승패를 가르기 위한 게임은 아니었지만, 한쪽은 승리를 얻은 기쁨의 찬양을 부르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좌절과 상실의 마음을 노래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조차도 서로의 입장에서 달리 이해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아름답게 들려야 할 찬양의 소리가 전혀 조화되지 않은 불협화음으로 들린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을 것이다. 

분명 그 자리에는 둘 사이를 가르는 장벽이 존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분리시킬 만큼 커다란 간극이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사실 총회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동성애 문제와 관련된 소위 진보와 보수의 입장 표명은 매우 완고했다.

어떤 결정이 나오든 둘 중 하나는 결과에 승복할 마음이 애초부터 없어 보였다.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총회가 결정을 내리지 않게 되면 일단 거부하고 보겠다는 심산이었다.

웨슬리 언약협회(WCA)의 사전 움직임이나 특별총회 결과 이후 서부지역총회와 독일교회의 불복종 선언은 이를 보여주는 증거이다.

게임의 원칙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보면 교회의 권위가 무시되는 것이고, 반대로 게임에 참여하는 이들의 가치와 권리에서 바라보면 개별적 신념이나 권익이 인정받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둘 다 한가지 공통된 생각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형태로든 교회가 제 정상이 아니라는 진단이었다.

교회의 원칙과 권위가 무너진 교회인가 아니면 개인의 권리와 가치가 존중받지 못하는 교회인가의 시각차만 있을 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연합감리교회는 돌이키기 힘든 다리를 건넌 것으로 보인다.

더 멀어지기 전에 서로의 손을 잡아 줄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기에는 양편의 거리가 꽤 멀어진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단 싸움이 벌어진 전쟁터에서는 오직 아군과 적군의 구별만 있다.

생존을 위해서는 회색의 중간 지대에 서 있는 사람에게도 선택이 강요된다. 여하튼 결정해야만 한다.

결국 결정은 내려졌다.

하지만 누구도 이것이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싸움이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을 뿐이다. 영구적으로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분쟁을 앞둔 휴전 상태인지는 아직 모른다.

이런 상황을 보며 나는 조금 뜬금없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양비론을 주장하는 것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흔히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불리듯, 남은 다 틀리고 자신만 옳다고 주장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지금의 상황을 흑백의 진영논리로 보는 것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어딘가에 나처럼 존재하면서도 침묵하고 있는 소심하고 비겁한 소수의견이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면서 내 생각을 조심스럽게 꺼내어 보려고 한다.

한때 진보정치학자로 알려진 최장집 교수가 진보 운동권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은 일이 있었다.

정강 정책의 방향을 중심으로 정당 체제가 바로 서는 것이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의  우선적 과제라고 한 그의 주장이 당시 민주주의의 신념을 강조하는 진보 진영의 입장과 달랐기 때문이다.

진보 진영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자신들의 투쟁에 일종의 도덕적 선과 정당성을 스스로 부여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들의 주장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신념만이 옳다고 생각하여 다른 정당한 주장까지 강도높게 비판함으로써 민주정치를 실현할 또 하나의 선택지를 잃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정치 현장을 열린 소통의 장이 아니라 편을 갈라 낙인을 찍으려 하는 투쟁의 장으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궁극적 원인 중 하나는 민주주의가 어떠한 방향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민주주의의 핵심이 주장의 방향과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주장이 그 자체만으로는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주장의 방향이나 내용도 토론을 통해 결정될 하나의 대상일 뿐이다.

유일한 정당성은 이 모든 주장이 공동체의 합의된 결정으로 도출될 때까지의 투명한 절차에서 찾을 수 있다.

결국 절차적 형식이 민주적이라는 말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단서가 된다는 것이다.

독일의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는 “그리스도인은 올바른 행동을 하고 그 결과는 신에게 맡긴다.”는 말을 한 바 있다.

이를 신념윤리라는 말로 설명하면서,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의 소명을 따라 행동하는 방식 가운데 하나라고 말하였다.

하지만 선한 신념에서는 오로지 선한 것만 나올 수 있다고 믿는 것만큼 위험한 말도 없다. 그런 신념에서 위대한 지도자가 나오기도 하지만, 위험한 독재자가 나왔던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베버는 결과에 대한 책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의한 시대를 거슬러 가슴으로 순수한 열정을 제시하는 신념과 함께 그것이 가져다줄 결과를 생각하며, 그에 합당한 수단과 방식을 준수할 수 있는 냉철한 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특별총회를 앞두고 나는 상반된 입장에서 요청하는 서로 다른 요구에 어떻게든 반응해야만 했다.

진보적 연회에 소속하여 사회정의와 관련된 여러 사역에 참여해 왔던 안수위원회의 목사이면서 동시에 낯설고도 불편한 동성애와 같은 주제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한인교회의 담임목사로 상반된 요구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 둘 사이에 어떤 타협의 여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순조로운 타협을 하기에는 양쪽으로부터 받는 중압감이 너무 무거웠다.

그것은 보수적 신앙에서 자라나 이성적 진보주의자로 살았던 내 자신의 이중적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는 어느 한 편에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강하게 펴는 이들이 부러웠다.

정제된 언어와 생각으로 아무리 자신의 신념과 주장을 설명하려고 해도, 결국 되돌아온 질문은 “그래서 어느 쪽이냐?”는 것이었다.

물론 이것이 막다른 싸움터라면 그래야 한다는 생각도 인정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어느 편에 서더라도 그에 대한 반발을 견딜만한 강한 심장이 없었다.

소외된 자를 외면하기에는 권위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고, 교회의 전통에 반기를 들기에는 판단의 근거가 불확실했다.

무엇보다 어떤 신념과 주장도 완전하게 나를 설득하지 못했다.

변화 없이 원칙만 강조하는 교회는 베버의 말대로 “쇠창살 없는 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옳다고 믿는 신념을 위해 수단과 절차의 정당성을 포기한 교회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언제나처럼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가장 약한 자의 몫이 될 터였다.

내가 특별총회의 분열된 광경을 보며 놀랐던 것은, 아직도 싸움터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던 나의 안일함과 현실 거부가 한몫했는지도 모른다.

 아직 화해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 안일함인지, 아니면 싸움터에서 어떻게든 결정을 해야 하는 현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거부감인지 지금도 그 해답을 구하는 중이다.

총회의 결정 후에 안도하는 교인들과 동료 한인 목사님으로부터 인사를 받고 난 뒤, 우리 연회의 총회 대의원으로부터 “Keep the Fight”라고 하는 메시지를 받았다.

무엇을 위해  계속 싸우라는 것일까?

또다시 시작될지도 모를 그들의 싸움만이 아니라 내 안에서의 나 자신과의 싸움도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사도 바울의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라는 이 말씀이 더 가깝게 다가온다.

권혁인 목사는 칼네바다연회 소속의 목사로 오크랜드에 소재한 열린교회를 담임하고 있으며, 연합감리교 한인총회의 총무로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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