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연합감리교뉴스는 교단이 직면한 여러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게재합니다. 이 글의 견해는 연합감리교뉴스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1. 4.10 총선 스케치
2024년 4월 10일 제22대 총선이 치러졌다. 집권 후 약 2년 만에 치러진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권에 대한 평가와 심판의 성격이 짙었다. 총선 결과 야당인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161석, 비례대표에서 14석을 얻었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역구에서 90석과 비례대표 18석을 얻어 총 108석을 얻었다. 총선 직전 한 달 반 전에 창당된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 후보만 냈음에도 불구하고 12석을 얻는 데 성공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대표도 화성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동시에 2명의 비례대표 의석을 얻었다. 이번 선거에서 정의당은 지고,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이 새롭게 떠올랐다.
이번 총선은 야권은 “윤석열 정권 실정에 대한 심판론”을, 여권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나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범죄혐의자로 몰아가며 “이조 심판론”을 내세움으로써, 각기 다른 심판 구도로 대립각을 세웠다. 야권이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로 인한 159명의 죽음, 채 상병 죽음에 대한 대통령실의 수사 개입,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사건, 대통령 부인의 명품 백 수수 사건과 주가 조작 사건 특검 거부)로 쟁점화하던 중,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한 단 875원” 발언과 채 상병 수사에 개입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하는 실책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분노를 크게 자극했다. 이런 문제들은 국민의 일상 경험과 상식에서 벗어난 행태로 인식되어 대통령의 오만과 안하무인 및 무지와 무능함에 대한 거센 비판을 불러왔다.
이번 총선은 유권자 67%가 투표한 역대 최고의 투표율을 보였다. 이는 지난 21대 총선의 66.2%에 비하면 약 0.8% 높은 수치다. 총선에 대한 평가의 시각은 다양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이 윤석열 정권의 지난 2년간의 집권 행태에 대하여 낙제 점수를 주어 명백하게 경고를 보냈다고 판단된다. 다만, 윤석열 정권에 대한 찬반의 지정학적 분포도를 보면 동서 간의 정치적 이질 세력화가 명백하다. 서울, 경기 수도권과 전라도, 그리고 충청 지역은 정권 심판론이 주조를 이룬 데 비하여, 강원도와 경상도 지역은 실정에 대한 심판보다 정권 수호의 태도를 보여 이전과 다름없이 동서가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양상을 보였다. 남북 분단에 이어 동서(東西) 정치적 의식 분단도 확인된 셈이다. 대구 경북 지역의 의석 25개가 모두 국민의힘에 돌아갔으니, 대구 경북 지역에서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전혀 먹혀들지 않는 파당성에 지배받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6석의 의석을 가지고 있었던 정의당이 그 이름을 녹색정의당으로 바꾸어 선전했으나 한 석의 의석도 얻지 못하고 국민의 외면을 받았다. 녹색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은 총선 결과가 나오자 “진보정당의 과제를 내려놓겠다.”라며 정계를 떠날 뜻을 밝혔다. 지난 대선에서 심상정 의원이 보인 행태가 윤석열 정권 탄생에 적극 협력한 결과가 되어 국민의 부정적으로 평가된 데다, 새로 등장한 조국혁신당이 정의당 역할을 대신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에서 정의당의 존재 이유와 가치가 더욱 적어진 셈이다.
2. 선거판에 끼친 언론과 종교의 부정적 영향
2024년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한 국민의 현실 인식은 크게 두 흐름으로 나뉜다. 하나는 조선, 중앙, 동아 등 주요 언론이 현 정권의 무능과 실책에 대한 보도를 극소화하는 동시에 야당의 실책을 침소봉대해 왔다면, 다른 하나는 다양한 비주류 언론 환경을 통해 현 정권의 실상을 알리는, 유튜브 등 인터넷 정보 확산 구조였다. 정보 확산 통로의 이원화는 결과적으로 인터넷 기반에서 정보를 취득할 능력이 취약한 한국 교회 대부분의 구성원과 노년층에게 주류 언론의 편파 방송, 편파 보도에 지배받아 부지중에 정권 수호 내지는 옹호의 태도를 가지게 했다. 조석으로 주류 언론의 신문이나 종편 보도에서 사회 문화적 정보를 접하는 성직자들 역시, 인터넷을 서핑하는 소수의 목회자를 제외하고는 주류 언론의 수구적 주장과 관점에서 정보를 취해 이를 재생산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 교회의 정보 수용과 분석 능력은 이렇듯 대체로 수구적인 주류 언론에 지배받아 온 성격이 짙다. 여기에 더해 이명박 정권기에 형성된 ‘뉴라이트’ 세력과 진보 개혁 세력의 대립 구조 역시 한국 교회를 기형적으로 보수화하는 데 기여했다. 주로 중·대형 교회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로 전국 규모의 조직을 갖춘 뉴라이트 집단은 한국 교회를 우파 정치 세력화하면서 한국 교회의 전근대적 도덕의식과 부패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한국 교회 내 개혁 진보 세력은 성소수자 인권, 평화, 여성, 환경, 생태 문제에 무관심한 한국 교회에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여기서 뉴라이트 집단은 기독교 개혁 진보 세력을, 교회를 흔들고 파괴하려는 좌파 세력이라 낙인을 찍고 정치적 보수 세력과 연대하여 척결하려는 기조를 유지했다.
3. 한국 교회의 정치 신학적 취약성
한국 교회가 주류 언론의 지배를 받는 수구 보수 세력과 인터넷 기반 정보를 통해 보편 가치를 승인하고 이를 확산하려는 진보 세력으로 나뉘면서, 정치적으로는 윤석열 정권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으로 양분되었다. 여기서 드러난 심각한 문제는 교회가 대형화되면 될수록, 교회의 구성원 중에서 돈과 권력을 가진 지배층이 교회에서도 지배력을 가지면서, 더욱 보수화되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광화문의 기독교’로 특정되는 집단은 대형 교회와 보수적인 교회의 사회적 스피커 역할을 자처하면서, 교회 안팎의 개혁 진보 세력과 민주 세력을 좌파, 용공, 빨갱이 세력으로 몰아가는 전위대 노릇을 자처하는 무지한 행태를 보였다. 이들은 전국 규모로 신자들을 불러 모아 초대형 집회를 번번이 열며 민주당을 노골적으로 폄훼하고 적대하는 정치 활동을 벌였다. 정치 신학적 사유의 폭이 엷은 대부분의 한국 교회는 이런 흐름에 아무런 대책 없이 휩쓸렸다.
한국 감리교회 역시 이런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2년마다 치르는 감독 선거와 교단 행정 체제는 새로운 세상의 변화에 대처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고, 수시로 바뀌는 교회의 리더십은 한국 감리교회의 진정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심도 있게 연구한 후, 명료한 대처 방안을 내놓을 능력이 없었다.
교회 안이나 밖에서 진보 개혁 세력의 요구를 수용할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형편은 장·감·성이 마찬가지다. 이는 한국 교회의 모든 교단이 교단 정치를 중·대형 교회 목사의 개인적 성공이나 영달, 그들의 최고 지위나 표징으로 삼을 뿐, 교회의 진정한 신학적 일치를 위한 도구로 여기지 못하는 데 기인한다. 이런 교단 정치의 비정상적 행태는 한국의 정치 사회 현실과의 관련성에 대하여 한국 교회가 명료한 신학적 입장을 제시하지 못하는 무능함에 빠지게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총선을 전후하여 광화문의 태극기 부대와 시청 앞에서 모이는 촛불 집회는 상징적으로 한국 교회의 정치적 분열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광화문의 기독교, 소위 일련의 부흥사들이 교회 조직을 초교파적으로 이용하여 윤석열 정권 옹호의 입장을 주장했다면, 시청 앞 촛불 집회는 민주 의식과 개혁 의식을 가진 성직자들이 민주시민들과 함께 참여하는 집회의 성격을 가졌다. 한국 사회의 정치 현실에 대한 교단적 지도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부흥사들이 아무런 신학적 역량도 없이, 한국 교회에서 정치적 예언자의 역할을 제멋대로 왜곡하며 기형적으로 선도하는 형편이 된 것이다.
한편은 교회 조직과 신자들의 헌금을 모아 대형 집회를 이끌며 윤석열 정권의 수호대를 자처했다면, 다른 한편은 민주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윤석열 검찰 정권의 퇴진과 조기 종식을 외쳐왔다. 한국 교회의 주류 교단은 현 정치적 상황에 대하여 대부분 언급을 삼가고 침묵해 왔으며, 감리교회 역시 혼란한 국내 정치 상황에서 아무런 정치 신학적 태도를 표방한 바가 없다. 따라서 한국 교회의 현실 참여적이고 예언자적인 소명 수행 능력은 무능함에 빠져 있었고, 이는 한국 교회 스스로 교회와 사회 정치 현실 사이에서 명료한 신학적 입장을 정립하지 못함으로써, 세상을 향하여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에 대한 실천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4. 한국 교회의 정치 신학적 과제
한국 교회는 오늘의 한국 정치 현실에서 정치 신학적으로 사회 윤리적 리더십을 행사할 능력이 매우 취약하다. 이런 정황에서 대중 선동에 능한 부흥사들이 나서서 부패하고 타락한 정권을 옹호함으로써, 마치 기독교가 현존 질서 유지적 수구 세력임을 반지성적으로 과시한 셈이다.
교회의 대중 신앙 운동에 그치지 않고 정치적 야욕까지 가진 부흥사들은 지난 20년 동안 ‘기독교 정당‘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정치 세력 형성에 골몰해 왔으나, 이번에도 그들이 이끄는 ‘자유통일당’은 단 한 석의 의석도 얻지 못하고, 국민의 버림을 받았다. 결국, 광화문의 기독교는 윤석열 정권의 선동 선전대가 되어 민주당을 비방하고 폄훼하는 스피커 노릇을 함으로써, 순진한 기독교인들로 하여금 민주당에 대한 혐오와 공포를 조장하는 역할에 그친 것이다.
광화문의 기독교는 해방 이후 이어온 한국 교회의 정치 신학적 특성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반민주적인 권위주의 정권 옹호, 수구 반공주의 이념에 경도된 도덕 폐기론, 그리고 부유해진 대형 교회가 자랑하는 성공지상주의와 승리주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과 승리를 거두기 위하여, 필요한 것은 윤리 담론이 아니라, 효용적 가치다. 따라서 이들은 성공과 승리를 얻기 위하여, 권위 앞에 쉽게 복종하며, 이념 앞에서 맹목적이고, 현실적 효용성이 강한 돈과 권력을 숭배하는 경향에 빠져 있다. 하지만 이는 철저히 비(非)복음적인 것이고, 반(反)복음적이다. 기독교라는 이름은 가지고 있으나, 그 안에서 자본주의적 효용적 가치가 복음적 가치를 압도하여 소수의 승자 편에 서는 기독교로 타락시키기 때문이다. 광화문의 기독교를 지지하고 후원해 온 대형 교회 목사들의 설교에는 예수의 십자가가 설 자리가 없다. 즉,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의 메시지가 들어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나는 이번 총선에서 불의한 윤석열 정권을 편든 광화문의 기독교는 국민이 심판한 정권과 더불어 이미 심판받은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이 점을 한국 교회들이 깊이 되새기기를 바란다. 광화문의 기독교를 지원해 온 한국 교회는 윤석열 정권이 불의를 버리고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는 정권이 되기를 바라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야 국민과 더불어 정의와 평화를 나누는 교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근본적인 변화는 대중을 선동하는 일에 골몰해 온 부흥사들의 과제가 아니다. 교단 정치가들과 신학자들의 과제다. 교단 정치와 신학의 무능이 결과적으로 비지성적이며 비윤리적인 광화문의 기독교라는 부산물을 낳은 것이라는 사실을 이제 더는 부인할 수 없다고 나는 본다.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를 선포하고, 지키고 실천하지 못하는 교단 정치, 신학은 사실 아무런 쓸모가 없다. 결국에는 거리에 버려져 사람들의 발에 밟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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