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포인트:
- 연합감리교 출판부는 자금 압박을 이유로 한국어와 스페인어 장정 번역 및 출판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 한인 및 히스패닉계 지도자들은 이 결정이 범세계적 교단인 연합감리교회의 사역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 출판부는 2월 28일까지 한인 및 히스패닉 관련 기관들의 제안을 받을 계획이다.
연합감리교회 출판부(United Methodist Publishing House, 이하 출판부)는 재정 부담과 수요 감소를 이유로 장정(Book of Discipline)과 장정 지침서(Guidelines for Leading Your Congregation)의 한국어와 스페인어 번역 및 출판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 결정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연합감리교회 출판부 사장이자 발행인인 브라이언 K. 밀포드(Brian K. Milford) 목사가 감독들과 각 교단 총무, 그리고 한인목회강화협의회와 히스패닉/라티노사역협의회에 보낸 서신에 담겨 있다. 이번 조치는 한인 및 히스패닉 연합감리교회 지도자들과 교회에 깊은 우려와 실망을 불러일으켰다.
밀포드 목사는 서신에서 지난 30년 동안 연합감리교회 내 다양한 사역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어와 스페인어로 된 자료를 제공해 왔다고 밝히며, 2017년부터 2024년까지의 판매량을 검토한 결과, 언어별 판매량이 500부 미만에 그치는 등 수요가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한국어와 스페인어 장정의 제작 및 배포에 약 11만 6천 달러가 소요된다고 말하며, 출판부가 이러한 재정적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자금이나 혁신적인 제작 또는 배포 방안을 찾지 못할 경우 번역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출판부는 교회의 선교분담금(apportionment) 지원을 받지 않으며, 자체적으로 출판한 서적과 자료의 판매 수익을 통해 운영되는 독립적 기관이다. 한편, 아프리카, 유럽, 필리핀의 해외지역총회(Central Conference)는 장정의 일부를 지역 사역에 맞게 수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반영한 장정을 오랫동안 자체적으로 번역하여 출판해 왔다.
밀포드 목사는 한국어와 스페인어판 제작을 위한 대안으로 ▲자원봉사 번역팀 구성 ▲수요에 따른 디지털 버전 제공 ▲관련 단체 또는 개인의 재정 지원 확보 등을 제안했다. 또 관련 단체들에는 2월 28일까지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이후 실행 가능한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연합감리교회 기관들이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변화 중 하나다.
출판부의 결정에 대해 한인과 히스패닉 연합감리교회 지도자들은 모국어로 된 장정의 접근이 제자훈련과 리더십 개발, 그리고 교회 치리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비영어권 자원의 축소는 범세계적 교회로서의 연합감리교회의 사역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스퀘해너(Susquehanna) 및 어퍼뉴욕(Upper New York) 연회들을 주재하는 헥토르 A. 부르고스-누녜스(Héctor A. Burgos-Núñez) 감독은 장정이 교회의 선교와 구조의 기초라고 주장하며, 이번 결정에 대해 깊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그는 “장정을 한국인과 라틴계 형제자매들의 모국어로 출판하지 않는 것은 2020/24 총회 정신과 역사적 변화를 감당하고 있는 그들에게 불공평한 부담을 지우는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이 결정은 교회 탈퇴 위기 속에서도 교단을 지켜온 히스패닉 공동체, 그리고 미국 내 연합감리교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수 인종을 소외시킬 위험이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동성애 관련 규정 변경을 이유로 한 교회 탈퇴 조항에 따라 2023년 말까지 미국 내 약 25% 교회가 연합감리교회를 떠났으며, 해당 규정은 2023년 12월 31일 자로 효력을 상실했다.
히스패닉/라틴사역위원회(El Plan for Hispanic/Latine Ministry)의 총무인 리디아 무뇨스(Lydia Muñoz) 목사는 이번 출판부의 결정으로 이민자 커뮤니티가 겪는 소외감이 더 커졌다고 언급하며, 이미 최소한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소수인종사역위원회에 추가적인 재정적 부담을 지워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무뇨스 목사는 또한 출판부의 예산 우선순위가 포용을 위해 노력하는 연합감리교회의 사역과 목표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는 지금도 적은 예산으로 빠듯하게 운영되는 각 소수인종사역위원회에게 번역 비용을 감당하라고 요구하며, 그들의 소속감을 증명하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 교단이) 인종차별을 극복할 수 있겠습니까?”
한국 교회 지도자들도 이 결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동오하이오 연회와 서오하이오 연회를 이끄는 정희수 감독은 “재정 문제, 예산 축소, 인력 감소는 소수민족 커뮤니티를 위축시키며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합니다.”라며 염려를 드러냈다.
로스앤젤레스 한인연합감리교회 담임목사이자 연합감리교회 한인총회(Korean Association of The United Methodist Church) 회장인 이창민 목사는 장정이 한국어를 사용하는 교회들을 하나로 묶고 인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또 이번 결정이 한국어를 사용하는 교인들을 소외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며, 즉각적인 재검토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번 결정은 충격적입니다. 장정은 240여 한인 교회와 800여 한인 목회자에게 필수적입니다. 장정이 없으면 우리 (한인) 성도들이 온전히 사역과 교회 운영에 참여하기 어렵습니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교단의 2024년판 사회생활원칙(Social Principles)을 한국어로 번역한 권혁인 목사는 현재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위치한 산타클라라밸리 한인연합감리교회의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권 목사는 특히 교회 치리에 대한 근거와 이해를 위해 한국어 번역본에 의존하는 한인 이민 1세대를 고려할 때, 이번 출판부의 결정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깊은 아쉬움을 표했다.
권 목사는 더불어 “번역본은 교단에서 우리의 위치를 확인시켜 줍니다.”라고 번역본의 상징적 가치를 강조했다.
한인과 히스패닉 커뮤니티는 이번 결정으로 인한 재정 분담, 구매, 분배 등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한인목회강화협의회(이하 한목협) 사무총장인 장학순 목사는 이번 발표가 일방적이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한인 커뮤니티가 재정적 부담을 분담할 의지가 있는지 확인했다. 또 한목협이 출판부에 일부 출판 비용을 지원하고, 번역 및 최소 500부 이상의 장정을 구입하여 한인 커뮤니티에 배포할 수 있는지 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제안했다.
다른 지도자들도 장정을 PDF 버전으로 전환해 디지털화하거나, 미국보다 저렴한 해외에 출판을 의뢰하는 등의 다양한 비용 절감안을 제시했지만, 디지털화만으로는 모든 교인이 장정을 사용할 수 있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히 크다.
2월 28일 제안 마감일이 다가옴에 따라, 교회 지도자들은 출판부에 결정을 재고하고, 두 공동체와 더 폭넓은 논의를 진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정희수 감독은 출판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도적이고 신중한 접근을 취하라고 요청했다.
“예산과 수요 문제가 도전된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보다 의도적으로 (출판부) 책임자들이 이 문제에 접근하지 않으면, 다문화, 다인종, 다언어의 아름다운 연합감리교회 공동체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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