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중간시대에 창조적인 한인 연합감리교회 공동체를 기대하며

김정호 목사가 설교 중 십자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김정호 목사.사진 제공, 김정호 목사.

지난 4월 13-15일 줌으로 열렸던 연합감리교 한인총회가 끝나고 제 마음에 하나님이 주신 감동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예민하고 어려울 수 있는 안건들이 있었지만 여러 입장을 달리하는 여러 연대 기관에 속한 평신도와 목사들이 합리적으로 회의를 하고 결정을 하는 한인총회의 성숙성입니다.

무엇보다 아직 옛것은 다 지나가지 않고 새것은 아직 오지 않은 중간시대(liminal time)를 살아가는 시대적인 현실에서 공존하려고 지혜를 모으는 노력을 보면서 배운 것이 많습니다. 이를 가능케 한 총회장 류재덕 목사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코로나 사태가 없었으면 작년 5월에 연합감리교 총회가 열려서 분리안이 통과되었을 것이고 그랬더라면 선택에 따라 각자 갈 길을 가는 일로 분주했을 터이지만 연기되었던 올해 9월 총회도 취소되었고, 또다시 내년 9월로 연기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기간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시간이기도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럴수록 선명하게 갈 길에 대한 깃발을 높이 들고 전열을 가다듬어야 하는 때가 되기도 합니다.

오늘 우리 교단의 현실과 그로 인한 한인 교회에 가깝게 다가오는 선택의 강요를 생각하면 병자호란 역사소설 김훈의 <남한산성>이 생각됩니다.

외적의 침략을 앞두고 조선의 조정은 명분론 주전파와 실리론 주화파로 갈라져  뭉쳐도 이기기 어려운 싸움인데 결국 지도층의 분열로 병사들을 사지로 몰았습니다. 주전파나 주화파 모두 나라를 살리려는 노력이었지만 이 과정이 길어지면서 내부 분열은 나라를 망하게 하고 백성을 고통당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한인총회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분열을 심화시키기보다 서로 양보하고 함께 가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지켜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20여년 전만 해도 1,200만 명이 넘는 교세를 가지고 미국만이 아니라 아프리카와 아시아, 유럽까지 포함하는 세계적인 방대한 교단이면서 다양한 신학적 입장을 담아내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어려운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에는 교세가 700만 명으로 줄었고 분리될 형편에 처했지만, 이것 역시 이미 오래된 포스트 모더니즘의 시대적 현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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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인 연합감리교회는 조금 다를 수 있지 않은가 합니다.

모두 합쳐야 240여 교회를 조금 넘고, 지난 40여 년 연합과 연대를 통해 공동체로 존재해 왔기 때문에 분리와 분열의 현실에서도 연대와 협력의 오늘과 미래가 가능하지 않을지 기대해 봅니다.  무엇보다 교단의 현실로 인해 우리 한인교회들이 분리를 강요받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더욱더 그렇습니다.

남아공의 인종차별 역사를 보면 유럽인들이 식민지화하면서 부족 간 갈등을 조장했고 중간지배층을 만들어 지배의 구조를 다양화했습니다.

루안다 후투족이니 투투족이니 부족 간 학살이란 이런 식민통치의 산물입니다. 멀쩡하게 잘 살던 이웃 부족이 서로 죽이고 죽이는 비극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이런 역사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 만델라는 자기를 감옥에 넣은 백인 대통령 디 클럭을 부통령으로 삼고, 회복적 정의가 이루어지는 나라를 이루어냈습니다.

우리도 그런 만델라의 대승적인 지도력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우리 한인 교회들이 직면한 현실에서 가장 불행한 시나리오는 교단의 갈등 현실에 우리가 대리전쟁의 총알받이가 되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이런 일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야 합니다.

<남한산성>에 나오는 주전파나 주화파나 모두 나라를 위해 노력한 것입니다. 애국의 길이 달랐을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단 분리가 결정되면 교단을 탈퇴하고 새롭게 만들어질 글로벌감리교회(Global Methodist Church)에 합류할 준비를 하고 있는 한교총도 잘하는 것이고, 교단이 분리된 후에 연합감리교회에 남아있는 교회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PSKUMC도 잘하는 것입니다. 다만 서로의 관계가 갈등과 반목이 아니라 연대와 협력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인교회가 입장이 달라도 연대해야 하는 가장 이유는 연합감리교회 행정의 중심은 교단 총회가 아니라 연회이기 때문입니다.

60년대 미국 연방정부가 인종차별 철폐법안을 통과시켜도 각 주정부가 그것을 시행하지 않으면 집행을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이민자들에게는 주정부나 지방정부가 아니라 연방정부의 보호가 중요했던 것입니다.

교단 분리의 현실을 앞에 두고 연대와 합력을 하지 못하면 한인 교회와 목회자들의 권익과 존재의 가치가 쉽게 무시당하고 파괴될 수 있을 위험이 있습니다.

이번 총회에서 한인총회가 내년까지 연대기관 대표 공동운영체제를 하기로 한 것도 하나님이 주신 기회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앞으로 한인교회와 여성목회자, 타인종목회, 차세대목회 등 연대기관들이 긴밀하게 한 테이블에 모여 미래를 고민하는 파트너로서 더욱 긴밀해지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들 모두 우리가 귀하게 여겨야 하는 한인공동체의 재산입니다. 어떤 한인 교단에도 우리 한인 연합감리교 공동체와 같은 역사와 서로 연대하는 노력을 하는 교단은 없을 것입니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한교총이나 PSKUMC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 하고 있는 다수의 교회와 목회자에 대한 배려입니다.

한인 교회들은 물론 목회자들 가운데 어느 쪽으로 가고 남을 것인지 결정하지 않은 교회와 목회자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신학적인 고민도 있을 것이고 교회의 현실도 그렇고 아직 그런 결정을 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물론 필요하기에 한교총은 새로운 교단인 글로벌감리교회로 갈 준비를 하고, PSKUMC 역시 남기로 한 교회와 목회자들을 위해 필요한 작업을 하겠지만 양 진영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교회들과 목회자들이 가지는 소속감 상실에 대해 배려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사실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이들이 다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한교총은 새로운 교단에서 한인 연회를 구성하고자 준비한다면 이것이 가능하기 위한 ‘임계점 또는 임계질량’(critical point, mass)을 위해 100 교회 정도의 참여를 도모해야 할 것입니다.   

제가 반복해서 듣는 말이 PSKUMC에 참여하는 목회자들이 신앙과 신학적인 차이보다는 개체교회가 처해있는 현실로 인함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교회 건물을 미국교회와 공유하거나 목회자의 경우는 한인 회중과 미국인 회중을 동시에 섬기고 있는 현실입니다. 또는 교단이 분열되는 자체가 싫어서 그렇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해할 수 있는 입장입니다.

저 역시 개인적으로 제가 섬기는 교회의 현실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제가 섬기는 교회의 한인 회중 대다수가 전통주의 신앙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교단 분리의 미래를 놓고 어떤 결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신앙적으로는 전통주의적이라고 해도 뉴욕이라는 도시의 특수성 때문인지 현재 교단 분리 사안에 대해 흑백 논리로 대하지 않습니다. 진보적 신앙을 가진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1년여 동안 영어 목회 목회자가 없어서 제가 영어권 목회를 병행하고 있는데 영어권 교인들은 전통주의적인 한인 회중과 아주 다릅니다.

제가 섬기는 교회뿐만이 아니라 저 자신도 아직 공식적으로 교단 분리에 관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때가 아니기에 이 문제로 오늘 내 교회 교인들 마음이 일찍부터 불필요하게 분리되지 않기를 바래서입니다. 그래서 비겁하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교인들 선동해서 나갈 것이면서 아닌 척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런 적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섬기는 교회가 연회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있기 때문에 한인교회들만이 아니라 다른 소수민족 교회들에 대한 배려의 차원에서 거취 문제나 입장표명을 서두르지 않는 것입니다.

오늘 미국에 사는 우리는 아시안에 대한 혐오 범죄로 큰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차별하는 생각이 결국에는 다르기 때문에 나쁘다로 발전되고 나쁘기 때문에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악한 일이 인종차별입니다. 마찬가지로 신앙관이 다르고 신학적 이해가 다른 것이 나쁘다 그래서 없어져야 한다로 발전을 하거나 없애는 일을 하나님의 뜻으로 착각하는 불행한 일이 교회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저는 연합감리교 목사이기에 교단의 장정을 존중합니다.

목사이기에 내 교인들이 어떤 신학적 입장을 가지고 있어도 동등하게 목양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누구나 오라’ 하셨습니다. 예수님 만나야 살 수 있는 영적 갈망을 가진 누구나를 위해 교회는 열려있어야 할 것입니다. 

현재 교단의 장정이 동성애자 목사 안수를 불허하고 있지만, 동성애자들도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목회자의 목양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말할 것 없고 시민으로서의 인권과 존엄을 지켜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교단 입장 변함이 없습니다.

제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올해는 제가 연합감리교 목사로 안수받은 지 40년이 되는 해입니다.

저는 겨우 이제야 제 목회를 어떤 고정된 틀에 넣어서 고집하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입장과 생각을 존중해서 듣는 것의 중요성을 많이 깨닫습니다. 계속 성장하고 배워야 하니까요. 성령의 이끄심에 열어야 하고 하나님이 살아서 역사하심을 믿어 제가 아는 것 나아가서 믿는 것조차 너무 고집부리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제게 있어서 제가 변함없이 양보할 없는 진리는 오직 예수 십자가 구원과 부활의 신앙입니다.

“본질에는 일치, 비본질에는 자유, 모든 것에 사랑으로”를 외친 요한 웨슬레의 목회 원칙을 존중할 뿐입니다. 이것이 내가 아는 선행하는 은총을 중요하게 여기는 감리교 신앙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홀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연합감리교회로서 연대주의(Connectionalism)를 중요한 가치로 여겼기에 그 가치를 귀하게 고수하기 위해서 그렇기도 합니다.

이번 한인총회를 통해 본 것은 이제는 한인총회 40여 년 역사보다 젊은 목회자들이 많이 목회를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특별히 타인종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미래에 디딤돌은 되어도 걸림돌이 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한인총회는 그동안 40여 년 상호존중과 협력 그리고 대화와 타협을 통한 발전을 도모해왔습니다. 그 아름다운 전통을 교단의 어려운 현실에서도 잘 지켜내면 좋겠습니다.

부활하신 주님 제자들 만나시는 이 계절 좌절에 빠진 제자들을 다시 갈리리에서 만나시고는 “와서 조반을 먹으라.”(요한 21:12)고 말씀하신 것을 생각합니다. 우리 가운데 부활하신 주님이 함께하심을 믿습니다.

사도 바울이 “지금은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때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고전 13:12)라고 말씀한 것처럼 지금은 희미하게 보이지만 확실하게 보이는 때가 올 것입니다. 바울은 확실하지 않을 때 모든 것의 답은 사랑이라고 말하지 않았을까요?

분열과 분리의 현실에서도 합력과 연대의 아름다움을 지켜내는 한인 공동체가 되어 우리가 이제껏 함께 지켜온 이 시대 최고 교단인 연합감리교회를 위해서도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역활을 감당하기를 기도하고 기대합니다.   

연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김응선 목사에게 이메일 ([email protected]) 또는 전화 (615-742-5109)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읽기 원하시면,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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