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침묵...했다.
조지 플로이드가 미네소타 거리에 깔려 마지막 숨을 쉴 때
트레이본 마틴이 두 손을 머리 위로 든 채로
쏘지 말라고, 제발 쏘지 말라고 외칠 때
나는
침묵...했다.
인종 차별은
흑인과 백인들의 문제라
노란색인 나는 하얀색, 검은색 사이에 설 자리가 없는 것 같아
온 나라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인종 차별은 죄다.’라고
목소리를 하나로 모을 때도
혼란을 일으키는 일은 올바르지 못하고
개인의 권리보다 공동체의 안정이 더 중요하다 배우고 또 자란
나는
침묵...했다.
남쪽 국경에서 부모와 떨어진 아이들의 엄마를 찾는 울음소리가
내 집 앞, 내 귓가에까지 들려올 때도
그나마 먼저 이민 온 우리는 아이들과 따스운 방에서 잠잘 수 있어 다행이라고 되뇌며
나는
침묵...했다.
이민자들이 모여
“우리도 인간이고, 불법 이민자도 사람이다.”라고 외치며 거리로 나설 때도
먹고 살아야 하고
먹여 살릴 가족들이 있어서
감히 목소리를 냈다가
세탁소, 네일 가게, 델리 가게에 오던 손님들의 발이 끊길까 두려워
나는
침묵...했다.
국민의 선택을 받아 당선되었다는 지도자가
이민자들은 범죄자이고 강간범이다
이민자들 때문에 일자리 없어졌다 말할 때도
차이나 바이러스, 쿵푸플루라 부르며 사람들을 오도할 때도
힘 가진 사람에게 대들었다 5%도 되지 않는 우리 같은 사람
아예 멸절되거나, 사라질까 봐
남의 나라에 와사 사니 이 정도 냉대는 참아야지
그나마 미국은 나은 거라
스스로 위로하고 설득하며
나는
침묵...했다.
그랬더니
그렇게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연거푸 침묵했더니
이젠 침묵...을 강요당하게 되었다.
동양 사람들이 일하는 스파만 골라
먼 거리 운전해가며 총질을 해댔는데
그냥 나쁜 날이라
그냥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이라
저지른 우발적 살인이란다
혐오가 아니란다.
우리 어머니, 우리 이모, 우리 고모, 우리 누이가
남의 발 닦고, 남의 몸 주무르며
그렇게 땀과 눈물 흘리다
피 흘리며 떠났는데
성 중독으로 인한 살인이란다
혐오는 아니란다
그러니
침묵..하란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샌프란시스코, LA, 뉴욕에서
맞고, 밀쳐지고, 넘어지고, 침 세례를 받았는데도
동양인 혐오는 아니란다
우발적 행동이란다.
내 앞에서 눈 찢고 도망가고
나의 어눌한 액센트를 따라 하면서
왜 이름이 그 모양이냐고
영어는 할 줄 아냐고
한국에서 왔으니 수학은 잘하겠다고
나, 내 아내, 내 아이, 내 동료, 내 친구들이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이제는 너무 많아 일일이 세기도 귀찮을 정도로 놀림을 당했는데
그 모든 것이 혐오는 아니란다
우발적 개인행동이니
침묵...하란다.
침묵을 선택했더니
이젠 나의 침묵 위에 세운
가짜 안정, 거짓 평화, 좁은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조용히 하란다
강제로
침묵...하란다.
아니…
이젠 안 할 거야
이젠 침묵도 하지 않고
침묵을 당하지도 않을 것이고
물러서지도, 뽑히지도, 사라지지도 않을 거야.
그러니 내 입에 재갈 물릴 생각은 마.
아시아인 혐오는 없다고
동양인 차별은 없다고
아무 문제 없으니 공연한 갈등 일으키지 말라고
좋은 시민이 되라고
돈 잘 벌고, 좋은 대학 가서 좋은 직장 잡는 모델 마이너리티나 되라고
더는 내 입에 덫을 씌우지 마.
난 한국인이고, 아시아인이며 또한 미국인이야.
여긴 내 집이고
난 내 집에서 벌어지는 모든 차별과 혐오에 대해
내 형제자매와 함께
그동안 묻어놓았던 이야기를
그리고 묻혔었던 목소리를
이제 내기로 했어.
아시아인을 향한 혐오를 멈춰라.
아시아인을 향한 폭력을 멈춰라.
정의가 물처럼, 공의가 마르지 않는 강처럼 흐를 때까지
이 소리를 멈추지 않을 테니
모든 이민자를 향한 증오와 혐오를 멈추고
모든 인종을 향한 차별과 폭력을 멈춰라.
하나님,
과거의 우리 침묵을 용서하시고
지금의 침묵에서 우리를 구원하소서.
선택한 그리고 강요된 침묵을 떨치고 일어나
소리치게 하소서.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혐오를 멈춰라.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자녀이다
차별을 멈춰라.
모든 사람은 소중하고 사랑받아 마땅하다
폭력을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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